▲ 카카오가 카카오톡 이용 가능 스마트폰 사양 기준을 높여 구형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카톡 이용은 물론 그동안 주고받은 문자와 사진 등 추억리를 다시 볼 수 있는 길조차 막히면서 '카톡이 국민 메신저 맞아?'라는 불만과 함께 카카오의 이용자 포용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
그는 '제보합니다'란 제목의 이메일에서 "카카오톡이 도입했던 디자인 개편안이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다시 이전 스타일로 롤백(수정)된 사건이 있었다. 그것처럼 카톡의 수정을 요구할 것이 있다"는 말로 들머리를 열었다.
이어 "지난 달 카톡에서 최소 지원 버전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그래서 구형 폰 공기계를 쓰시는 분들, 폰에 욕심이 없었던 분들, 어르신들의 카톡 사용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며 "카톡을 클릭하면 '이용 중인 버전이 만료되었습니다.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주세요'라는 창이 뜬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끝입니다. 카톡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폰을 교체해야 카톡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폰 카톡에 있던 데이터는 교체(새) 폰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료 안내 창만 떠서 카톡 속 대화, 사진 등에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최신 폰은 스마트 스위치 앱으로 사진과 대화를 쉽게 교체 폰으로 옮길 수 있지만, 구형 폰들은 교체 폰은 커녕 기존 스마트폰 내 저장장치로도 옮길 수가 없습니다. 카톡 자체가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마지막으로 "카톡에서 데이터를 옮길 수 있게 카카오가 수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카톡 이용과 관련해 현재 맞닥뜨린 상황을 전하며 시급하게 해결책을 호소하고 있다. 절절하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박씨 이메일 내용을 그대로 카카오에 전하며 '해결책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카카오 측은 단호하게 "없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그 이유로 먼저 "카톡 서비스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최소 지원 버전을 상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상향의 경우, 지난 3월10일 카톡 공지사항을 통해 최소 지원 버전 변경을 안내한 이후 알림톡을 통해 여러 차례 이용자 개별 안내를 진행했다"고 했다.
또 "기기(스마트폰) 운영체제(OS) 버전이 낮을 경우 보안 및 안정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앱 개발사들은 최소 지원 버전을 주기적으로 상향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가 호소한 '카톡에서 데이터를 옮길 수 있게 카카오가 수정 조치를 해 줄 것'(백업 기능 제공)에 대해선 "어렵다"고 일축했다.
카카오 측은 박씨 호소 내용과 관련해 비즈니스포스트에 "이번 사안(카톡 이용 가능 스마트폰 운영체제 버전 상향)과 백업 기능 제공 여부는 완전히 별개로 봐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서비스를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소 지원 버전을 상향한 건으로 봐달라"고 했다.
이어 "문의 주신 백업 기능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 이번 최소 지원 버전 변경 건과는 구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카카오는 서비스 안정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해 최소 지원 버전을 주기적으로 상향하고 있으며, 이번 건 역시 사전 공지 및 개별 안내를 통해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안내드린 바 있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카카오 답변 가운데 '백업 기능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라고 한 부분은 쓰던 스마트폰에서 카톡을 이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박씨처럼 기존 스마트폰에서 카톡을 이용하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이 기능을 이용해 데이터를 백업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박씨를 포함해 기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버전이 구형이라 카톡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미 처해진 이용자들은 그동안 카톡으로 주고받은 문자·사진·영상 등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카카오는 이용자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에 따라 카톡으로 주고받은 문자.사진.영상 등을 회사 서버(컴퓨터)에 따로 저장해두지 않는다. 이용자가 메시지를 읽는 즉시 회사 서버에서는 바로 삭제되도록 설계돼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관계기관 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모여 온라인 게시판과 모바일 메신저 '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카카오 임원이 참석한 게 드러나며 정보 수사기관이 감청과 압수수색 등의 방법으로 카톡 내용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카톡 이용자들의 텔레그램 '망명'이 이어지자 이렇게 바꿨다.
애초부터 회사 서버에는 아무 것도 저장되지 않도록 한 텔레그램 정책을 따라 한 것이다.
박씨처럼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어느 날 갑자기 '카톡 전 이용자'로 전락한 사람들은 커피·케익 쿠폰 등 카톡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도 챙길 수 없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 해결책은 카카오의 '선의'밖에 없다. 그동안 카톡을 이용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이용자 보호 내지 사회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번 카톡 이용 스마트폰 운영체제 버전 상향 조처를 철회하거나, 카톡의 백업 기능을 강화해 박씨와 같은 처지에 몰린 이용자들도 카톡으로 주고받은 문자·사진·영상 등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를 '빌고 또 비는' 수밖에 없다.
박씨가 이메일 들머리를 '카톡 디자인 개편안이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전 스타일로 롤백된 사건이 있었다'는 말로 시작한 것 역시 스마트폰 운영체제 버전 상향 조처 철회 호소의 간절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단호한 태도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아쉽게도 카톡 디자인 롤백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이용자 반발이 그리 크지도 않다. 카톡 디자인 롤백이란, 카카오가 카톡의 친구 명단 난을 일방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사회누리망(SNS)처럼 바꾸자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린 것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언론도 관심도 적다.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박씨에게 카카오 측 답을 전달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난감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더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 이런 기분일까.
이용자를 배려해달라는 자신의 호소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혹시 안 열리는 카톡 앱 속에 멀리 떠나 지금은 추억 속에만 살아있는 가족이나 지인 등과 주고받은 문자나 사진 등이 들어있거나, 재판 등에서 알리바이 입증 등을 위해 꼴 필요한 중요 자료가 들어있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낙담할까.
카톡 이용 스마트폰 운영체제 최소 버전 상향 예정 공지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알림톡으로 공지를 받아도 뭔 말인지 통 모르겠고, 설령 알았다고 해도 스마트폰을 최신 것으로 바꿀 형편이 못돼 대응할 수가 없었던 자신을 탓하며 가슴을 치지는 않을까.
카카오가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도 없어 더욱 답답하다. 카톡 이용약관을 살펴볼 때, 카카오를 법적으로는 물론 윤리적으로도 크게 뭘 잘못했다고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카카오가 이용자 덕에 이익을 많이 내고 있고, '국민 메신저' 마케팅을 하며 믿고 쓰게 했으니, 구형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카톡 꼬마 버전'을 내놓거나 카톡 이용이 안되는 구형 스마트폰에 깔린 앱 속 문자·사진·영상을 백업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해볼 수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그동안 기부, 사회공헌, 사회책임 경영을 강조해왔다. 재산 상당부분을 사회에 내놓기로 약정까지 하는 등 기존 재벌 총수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참고로 카카오는 지난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1조9421억 원의 매출을 올려 21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66%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 기준 최대치다.
카톡은 국민 메신저이자 플랫폼 서비스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런 지위를 앞세워 우편물과 이동통신 문자메시지를 대체해왔다. 정부가 국민에게 보내는 문서도 전자화돼 카톡을 통해 보내지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는 우리나라 IT 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창업자와 가족들의 주식 가치도 수조 원대로 불어났다.
카카오가 이용자들의 처지를 세세히 살피지 않으면, 가난하고 취약한 이용자들을 포용하지 않고 수익에만 매달리면, 카톡의 이런 지위도 금방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카톡을 통해 보내던 전자문서를 우편물이나 문자메시지로 되돌려야 한다는 요구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 전자문서 전달이란 막중한 일을, 구형 스마트폰을 쓰고, 카톡 이용 가능 스마트폰 운영체제 최고 버전 상향 조처가 뭔 말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이용자들을 외면하는 사업자에게는 맡길 수 없어서다.
더욱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카카오가 카톡 이용자 사정을 좀 더 살뜰하게 챙기는 게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거나 비용이 크게 드는 것도 아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마음 쓰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 카카오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카카오톡 이용 스마트폰 사양을 높여 구형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카톡 이용 길이 막히며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것을 계기로 이른바 '1등 사업자'들의 이용자 포용 부족과 이용자 배신 행태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쿠팡>
2025년 4월 '1등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통신망 보안을 소홀히하다 해킹을 당해 2300만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으로 드러났을 때는 '가입자 이탈' 행렬이 이어졌고, '한국' 통신의 종가를 자처하던 KT 역시 탈통신을 외치며 본업을 소홀히하다가 뒤이어 SK텔레콤과 같은 상황을 겪었다.
'1등 플랫폼 사업자' 쿠팡도 마찬가지였다. 보안을 소홀히하다 이용자 3천여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자 '탈팡'(쿠팡 탈퇴)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용자들에게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
SK텔레콤은 사후 처리 소홀로 가입자들을 대리점 앞에 줄세우거나 오픈런을 시켰고,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1인당 30만 원씩 보상)·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1인당 10만 원씩 보상)·통신분쟁조정위원회(중도 해지 위약금 면제 기한 연장) 등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피해 보상 조정안도 줄줄이 거부했다.
KT의 통신망 해킹('유령 기지국' 등)과 개인정보 유출 및 무단 소액결제 사태 건에 대한 보상책을 두고도 한국 '통신 종가'의 행태에 걸맞지 않다는 뒷말이 많았다.
쿠팡은 '한-미 간 이간질'로 보이는 행태와 논란으로 이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 경영진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카카오가 이용자 포용을 소홀히한다는 뒷말이 도는 순간, 카톡의 '국민 메신저'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댐이 허물어지는 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던 작은 구멍이나 실 금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번 카톡 이용 스마트폰 사양 상향 조처를 두고, 카톡 AI 기능 도입과 관련된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카톡 AI 서비스가 스마트폰 자체에서 직접 연산하는 구조라 AI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생각보다 최신 폰이어야 한다"며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도 갤럭시S22부터 돌아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카톡이 카카오에는 사업 모델이지만, 이용자 중에는 '힐링·추억 플랫폼'으로 여기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익 극대화에 더해 이용자 포용도 신경 써,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사랑받은 메신저로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