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전경. <현대차>
한국 경제가 숨 가쁘게 달려온 고도 성장기부터 이런 믿음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이런 믿음은 도그마, 즉 증명되지 않는 편견일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경제는 성장하는데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드는 이른바 ‘그린 디커플링’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보다 녹색 전환에서 앞서가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지역적 단위에서도 이같은 그린 디커플링 현상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조지아주 공과대학에서는 지난해 10월 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조지아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3% 감소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조지아주의 역내 총생산은 3890억 달러(약 567조 원)에서 8830억 달러(약 1287조 원)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에 마릴린 브라운 조지아주 공과대 카터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는 “이같은 사례는 기후대응과 경제 성장이 상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조지아주는 전력 체계를 혁신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며 산림과 습지의 에너지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주의 친환경적 경제 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심에는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세운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있다.
2026년 3월 미국 하버드대는 현대차의 조지아주 공장 유치 과정을 다룬 보고서를 ‘경제 개발의 슈퍼볼에서 승리하다’라는 제목을 달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공장 유치로 조지아주는 2031년까지 무려 3만 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8월 기준 이미 신규 일자리 7천 개가 만들어졌고 지역 경제를 부양할 25억 달러(약 3조66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조지아주의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조지아주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제공하는 ‘조지아 드로우다운’ 데이터에 따르면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브라이언 카운티의 월간 배출량은 2024년 10월 기준 1200톤이었다. 현대차가 조기생산을 결정하고 첫 차량을 생산한 시점이었다.
가장 최신 지표인 지난해 12월을 봐도 배출량은 1300톤에 불과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 미국 텍사스주 벨 카운티에 위치한 매트릭스 리뉴어블스의 '스틸하우스' 태양광 발전소 전경. <매트릭스 리뉴어블스>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여기서 사용하는 전력을 대부분 재생에너지로 끌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현대차 공장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금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공장에 전력을 공급해주기로 한 ‘매트릭스 리뉴어블스’의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가 지난해 11월에 준공돼 올해 4월부터 상업운전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 공장이 조지아주 안에 자리잡은 것은 조지아주에 또 다른 호재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는 산업과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교통부문 감축에서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기차 생산기지를 얻은 조지아주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기후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이 생긴 만큼 보급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점이 반영됐다.
존 래니어 조지아 드로우다운 창립 파트너는 “조지아주는 배출량 감축이 경제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지아주의 현대차 공장 유치에 그림자도 있다. 지나친 토지 개발과 과도한 물 사용으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공장은 최대 가동기준 일일 물 사용량이 660만 갤런에 달한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10개를 동시에 채울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대형 제조 설비에 열관리에 들어가는 냉각수를 비롯해 공정 별로 조립 전후 세정수 등 물이 많이 쓰이는 것이다.
이런 지역 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인지한 조지아주 환경보호부는 2024년부터 이 지역 볼룩 카운티와 브라이언 카운티가 공동으로 ‘지하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기금을 운영하도록 했다.
볼록 카운티 개발청, 브라이언 카운티 개발청, 현대차가 합계 100만 달러를 출자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현대차 공장이 지역내 수자원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 지역 농부들은 현대차 공장으로 인해 지역 대수층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또 지하수가 고갈될수록 농작물에 물을 대기 위해 더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전기와 연료를 써야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