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보험료 부담을 낮춘 5세대 실손보험이 판매에 돌입했지만 기존 실손 가입자들은 전환 가입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이동과 손해율 경감 효과를 확인하려면 유인책이 본격 시행되는 11월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 낮은 보험료보다 보장 축소 떨떠름, 소비자 5세대 출시에도 '시큰둥'

▲ 이날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금융위원회>


6일 보험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과 관련해 기존 실손보험에서 갈아타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반응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물은 “1세대는 이제 돈 주고도 못 사니까 가입을 유지하라” “보장 범위가 좁아 전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일부는 이미 보험료를 오래 납입했고 연령과 질병 상황을 고려할 때 목돈이 드는 치료비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 지금의 넓은 보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는 2009년 10월 이전, 2세대는 2009년 10월에서 2017년 3월까지, 3세대는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 가입자로 세대에 따라 본인부담금과 보험료 할인·할증 등에서 차이가 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이용 빈도가 높은 가입자일수록 기존 상품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 있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세대 실손은 비중증 비급여 남용을 줄여 전체 손해율을 낮추자는 게 개편 취지다. 하지만 실제 비급여 이용 빈도가 높은 일부 가입자들은 굳이 새 실손보험으로 이동할 유인이 크지 않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판매를 시작한 5세대 실손보험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을 강화하고 비중증 비급여항목 과잉 이용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등 일부 항목을 ‘비중증 비급여항목’으로 분리하고 자기부담률을 현행 4세대보다 높은 50% 수준으로 조정했다.

지금까지 일부 가입자의 반복적 비급여 이용 등에 따라 실손보험 전체 손해율이 높아지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보험료를 크게 낮췄다. 1·2세대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최소 50% 가량 낮고 4세대와 비교해도 30%가량 저렴하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이 확산하면 관리급여 도입과 자기부담 확대 등으로 실손보험 손해율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에서도 손해율 경감과 보험사 부담 완화 기대감이 나온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실손보험 개혁 등으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보험 관련 커뮤니티의 반응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료 인하보다 비중증 비급여 보장 축소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해율 문제를 지적하며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도 2021년 도입됐지만 구세대 가입자 유입 효과는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2017년 이후 가입한 3, 4세대 실손에서 손해율이 더욱 높게 오르며 개편 실효성에 의문도 꾸준히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1, 2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13~114%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3세대 실손은 137.9%, 4세대 실손은 147.9%로 집계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손보험 낮은 보험료보다 보장 축소 떨떠름, 소비자 5세대 출시에도 '시큰둥'

▲ 2025년 3분기 말 기준 세대별 실손보험 가운데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뿐 아니라 급여 항목에서도 손해율이 높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최근 세대 상품에서 의료 이용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급여 손해율은 169.8%, 비급여 손해율은 131.6%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은 5월 출시되지만 관리급여 지정(7월), 계약 재매입 및 갈아타기 지원 정책(11월)이 순차 도입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관리급여는 보건당국이 도수치료 등 과잉이용 우려가 큰 일부 비급여 항목을 선정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관리급여에 포함되면 건강보험에서 95% 본인부담금이 적용되고 표준가격이 설정된다.

금융당국은 1, 2세대 실손 가입자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보장은 제외할 수 있는 선택형 할인 특약, 5세대 실손 전환 시 일정 기간 보험료를 할인하는 계약전환 할인제도 등을 11월 실시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며 실제 손해율 개선 및 시장 재편 효과는 11월 이후 가입자 이동 규모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은 기존 실손보험의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비급여 보장과 자기부담 체계를 조정한 형태에 가깝다”며 “손해율 경감 효과는 11월 이후 보험료 할인 등 전환 유인책이 시행된 뒤 데이터를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