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세운 에너지 전환 계획이 전력시장의 중장기 재무 구조 변화에 관한 내용을 담지 않고 있어 좌초자산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기후솔루션 이슈브리프 평가표. <기후솔루션>
6일 기후솔루션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공기업의 석탄, 천연가스 자산의 재무 위험을 분석한 이슈브리프 ‘석탄자산 재평가없이 에너지 대전환도 없다’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담았다.
이번 이슈브리프는 앞서 지난달 6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 계획과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등재된 좌초자산 연구를 종합해 작성됐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계획을 통해 204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석탄발전 위주 발전공기업 5개사 통폐합, 전력시장 개편 등을 제시했다.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계획이 단순한 설비 확대가 아닌 전력체계 전환을 포괄한다면서도 이 정도 계획이라면 구체적 재무평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30~2040년 예상 가동률, 잔여 운영기간 전체 기준 수익과 비용, 탄소비용 반영 손익 등 재무 비교는 작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발전공기업 5개사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2025~2029년 5개년에 한정돼 있고 2030년 이후 연료비, 계통한계가격, 전력시장제도 개편, 배출권 할당계획 등 전제들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 재무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외 전문가는 이같은 공백이 한국 전력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고 봤다.
로버트 포프리치 나바로 미국 다트머스대 기후모델링·영향 연구원은 기후솔루션을 통해 “한전이 지금 즉시 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여러 탈탄소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좌초자산 감사”라며 “특히 2030년 이후 어떤 자산이 좌초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지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초자산이란 시장 환경 변화로 가치가 급락하거나 아예 가치가 없어지게 되는 자산을 말한다. 세계 각국에 있는 화석연료 발전소들은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 급격하게 좌초자산화가 진행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석탄산업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소들은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소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나바로 연구원은 “전력회사가 연료비 상승이나 기후정책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그 부담은 요금 납부자에 돌아간다”며 “국영 전력기업의 경우 그 비용이 기업 내부에서 흡수되더라도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미 국내 전력시장이 화석연료 발전 유지를 위해 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기준 한전이 지불한 전력구매비용 약 73조7807억 원 가운데 용량정산금은 약 8조2774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6조1546억 원이 화석연료 발전소에 지급됐다.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정부가 에너지 대전환에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뒷받침할 비용과 책임의 구조를 구체화하는 일”이라며 “2040년 탈석탄과 전력시장 개편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 가스 자산의 가치와 손상 위험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