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누구] 서울대 공대 출신만 4명, 이번엔 엔지니어 선택받나

▲ 서울대 조선공학과 선후배 사이인 (왼쪽부터)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홀딩스 차기 회장에 또다시 서울대 공대 출신이 앉을 것인지 주목된다.

포스코그룹은 2000년 10월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등 서울대 공대 엔지니어 출신들이 회장직을 도맡아 왔다. 이구택, 권오준 전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정준양 전 회장은 서울대 공업교육과를 나왔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재무통인 최정우 현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퓨처엠(당시 포스코켐텍) 대표를 지내던 2018년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장인화 포스코 철강2부문장 사장을 꺾고, 포스코 민영화 뒤 최초 비 서울대 비 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 출신 회장의 재등장 여부가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발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군 파이널리스트 6명의 명단에는 서울대 조선공학과(현 조선해양공학과) 출신만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1년 터울 선후배 사이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979년,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은 1980년 각각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나머지 2명의 후보 중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가운데 장인화 전 사장은 이번이 두 번째 포스코그룹 회장 도전으로, 포스코 내부 출신 인사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장 전 사장은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2014년~2018년) 시절부터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진 가도를 달렸다. 그는 2018년 4월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돌연 물러나자 최정우 회장, 오인환 사장 등과 함께 포스코 CEO승계카운슬이 추린 대표이사 최종 회장후보 5인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자 2인에 포함돼 막판까지 최 회장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차기 회장 발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장 전 사장이 최 회장에 밀린 것을 놓고 '권오준 색깔이 너무 짙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포스코홀딩스 회장 선출 절차는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과 관련해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전원과 유력 내부 후보들이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됐던 최 회장과 거리가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와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 전 사장은 1955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조선해양공학 석사학위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대학원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포스코에서 연구소부터 시작해 신사업, 재무,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한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역시 서울대 조선공학과 출신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전 부회장은 포스코 안팎의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았지만, 파이널리스트 6인에 포함됐다.

1957년생인 김 사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조선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석유기업 쉘에서 20여년 간 몸담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으로 근무했고, SK이노베이션 최고기술경영자(CTO) 및 기술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 석유전문가로 2021년 석유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SK이노베이션에서 2차전지 소재 연구개발을 이끌기도 했지만, 포스코그룹의 주력인 철강 사업 경험이 부족한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우 전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조선공학 석사학위를,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와 현대로템을 거쳐 2004년 현대제철(당시 현대INI스틸) 전무로 발탁돼 한보철강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2010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8년 12월까지 10년여 동안 현대제철을 이끌었다.

다만 국내 철강 업계에선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와 같이 업계 1위 포스코 출신으로 현대제철 사령탑에 오른 경우는 있었지만, 현대제철과 같은 경쟁사 출신이 포스코그룹 회장직에 오른 사례는 없다.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누구] 서울대 공대 출신만 4명, 이번엔 엔지니어 선택받나

▲ (왼쪽부터) 포스코홀딩스 회장 후보 6인에 오른 (왼쪽부터)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포스코그룹 현직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민영화 이후 포스코그룹 회장 3인 중 2명을 배출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김 사장은 현재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과 포스코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겸임하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인공지능(AI), 2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 3개 연구소 체제를 통해 철강을 포함한 그룹의 미래 신성장 육성을 위한 기술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후추위는 김 사장이 30여 년을 포스코에 몸담으며 국내외 철강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면서도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점에 주목, 현직 임원 가운데 최적 후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회장 선임 당시 포스코는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의 재무통인 최정우 회장을 선택하며, 서울대 금속공화과를 중심으로 구축된 소위 '포피아' 논란과 외부 압력에 따른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빗겨갔다.

하지만 이번 회장 후보 6명 가운데 서울대 공대 출신만 4명이 이름을 올리면서 수적인 면에선 서울대 엔지니어 출신 인사가 다시 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포스코그룹 사업의 무게 중심이 철강에서 2차전지 소재 등 미래사업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2차전지 사업 경험이 있는 권영수 전 부회장은 후추위 가동시점부터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그룹은 앞서 2022년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2차전지 소재, 수소,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키워 철강기업에서 '친환경소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권 전 부회장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CEO 자리를 내려놓고 44년 'LG맨'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195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그룹에서 전략기획 분야 전문가로 손꼽혔던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전 사장도 만만치 않은 후보로 거론된다.

전 전 사장은 2018년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 센터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그는 권오준 전 회장 시절에도 가치경영실 발족 멤버로 참여하고,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이 물러난 뒤 가치경영실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전략기획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22년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최 회장과 함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그룹의 2인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962년생인 전 전 사장은 고려대 법과대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정보팀장, 석탄구매그룹장을 거쳐 2012년 원료개발실장 상무로 임원 직무를 시작했다. 2020년 글로벌인프라부문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함께 맡았고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해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후추위는 7일~8일 6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한 뒤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확정, 공개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