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코드를 맞추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3월 임기까지 완주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포스코홀딩스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와 여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임기 완주 힘 실리나, 윤석열정부와 발 맞추기

▲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이 친정부적 행보를 보이면서 임기 완주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날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보조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글로벌 선진 사례와 비교해 포스코 지배구조에 보완할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선진지배구조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주인 없는 기업(소유분산기업)’과 관련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및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발생 여부를 지적했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월30일 금융위원회의 ‘2023년 금융정책방향’ 보고에서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고민을 함께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국민연금도 이번 주총 안건에 주요 안건에 대부분 찬성하면서 최 회장의 임기 완주에 힘을 실어 줬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현 경영진들이 추천한 정기섭 전략기획총괄 사장과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 등 신임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서 최 회장의 체제가 더욱 견고해 졌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포스코가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발표 이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 출연을 결정한 점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부는 6일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소송 판결금 등을 한일청구권협정 수혜 기업을 통한 자발적 기부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는 대법원이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받아들인 2012년 이사회를 열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100억 원을 출연하기로 의결했다. 당시 60억 원을 납부했는데 이번에 남은 40억 원을 출연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과 관련해 국내에서 친일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자금을 출연했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총대’를 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물론 여러 소유분산기업 가운데 이미 연임에 성공한 상황인 만큼 새로 CEO를 뽑아야 했던 금융지주나 KT 등과는 상황이 다르다.

최 회장은 2020년 11월 연임의사를 밝힌 이후 12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하지만 KT에서도 우수한 경영성과를 올려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경선에서 물러나면서 최 회장의 거취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KT 주총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적과 국민연금의 적극적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행사 지침) 강화 움직임 등에 구 대표는 부담을 느껴 2차례나 차기대표에 확정되고도 3번째로 다시 치러진 공개 경선 절차에서 중도 사퇴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지만 민영화 뒤 정권 교체시기 때마다 최 회장 이전 역대 회장들이 모두 두 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정기 세무조사 시기 등을 놓고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세청은 16일 포스코홀딩스를 대상으로 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이후 5년 만이지만 주총을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2013년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 때 자진사퇴한 사례가 있어서다.

포스코그룹의 한 전직 임원은 “포스코 회장 잔혹사가 이번에 끊어질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