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이 1030억 달러(약 115조 원)의 거금을 들여 퀄컴 인수를 노리고 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반도체 거대기업이 탄생한다.

미국 CNBC는 6일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1030억 달러 이상의 거액을 제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미 수개월 동안 인수를 준비하며 협상을 진행해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로드컴 115조로 퀄컴 인수 추진, 초대형 반도체기업 탄생 예고

▲ 혹 탄 아바고 CEO 겸 브로드컴 CEO.


브로드컴의 인수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3일 미국증시에서 퀄컴 주가는 하루만에 13% 가까이 오른 61.8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주당 70달러 정도다.

브로드컴은 글로벌 4위 반도체기업으로 통신칩 등 시스템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경쟁업체였던 싱가포르 아바고테크놀로지에 약 41조 원에 인수됐다.

올해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이 진행될 당시 브로드컴은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적도 있다. 인수합병을 통한 반도체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퀄컴이 자동차반도체 전문기업인 NXP를 약 4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하며 규제당국의 심사 등 절차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브로드컴은 NXP를 포함하는 인수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로드컴은 소프트뱅크와 인텔, 퀄컴에 이어 5G 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반도체시장 지배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약 36조 원에, 인텔은 인공지능 반도체기업 알테라를 19조 원에 각각 인수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반도체 3위, 브로드컴은 5위 기업이다. 합병 뒤에도 순위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격차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최근 퀄컴은 주력사업인 통신칩반도체의 시장지배력 약화로 꾸준한 사업부진을 겪고 있다. 전 세계 당국의 독점규제 강화로 인텔 등 경쟁업체의 입지가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이 퀄컴과 유사한 사업분야를 갖추고 있는 만큼 미국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로드컴이 싱가포르에 있던 사업본부를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이 이런 상황에서 미국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브로드컴이 본부를 미국으로 되돌리기로 했다”는 내용을 직접 발표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기,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 등의 기술발전으로 향후 통신칩이 탑재되는 사업분야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해 통신칩 전문 거대기업으로 거듭날 경우 인텔과 삼성전자 등 통신칩 시장진출확대를 노리는 기업들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바고는 HP의 반도체사업부문이 1999년 분사하며 세워진 기업으로 2013년 이후에만 6개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며 외형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