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중단 요구, "감축 미뤄 미래 세대에 부담 전가"

▲ 기후위기비상행동 구성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공론화 과정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후미디어허브>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시민단체들이 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감축 계획을 미루기로 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규탄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0일 국회 기후특위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를 전면 중단하고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시민단체들이 국회를 규탄한 이유는 공론화 논의 과정에 '볼록 감축경로'를 포함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볼록 감축경로란 유럽연합(EU) 등 서방권 선진국이 채택한 완만한 감축경로와 달리 단기간 내 감축을 최대한 미루고 탄소중립 달성 시점 직전에 감축 속도를 급격히 높이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말한다.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미래세대에게 감축을 미뤄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볼록 감축경로를 논의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해왔다.

또 볼록 감축경로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인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불합치 판결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4년 8월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헌법소원에서 정부와 국회는 미래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전가하지 말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 농민, 미래세대, 기후소송 청구인단 등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은 볼록 감축경로가 과도한 부담을 미래로 이전한다고 판단해 이를 논의에서 퇴출시키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위원회는 19일에 볼록 감축경로를 논의 과정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같은 상황이 사실상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원회가 2주 전 아무런 이유없이 의제숙의단 결정을 무시하고 볼록 감축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토론을 통해 시민대표단의 지식과 자기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고 싶다"며 "학습과 토론을 통해 숙의된 의견들의 변화 여부를 파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라며 "이번 공론화는 헌재 결정에 부합하는 감축경로에 대한 것이지 헌재 결정의 수용여부에 대한 시민의견 분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결정에 위배되는 선택지를 정당화하려는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 절차는 헌재가 정한 기한을 넘긴 채 진행되고 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올해 2월28일까지 국회에 개정안을 내놓을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국회는 올해 1월 말에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겨우 공론화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공론화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 안건과 논의 결과가 오가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금 공정한 설계가 진행되고 있는지 누구도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론화위원회의 위원들이 이 사안에 대해 각각 어떤 입장을 제출했는지 이에 대해 이창훈 위원장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속기록을 비롯한 모든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