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
![[초격차스타트업] 루트에너지 윤태환 "1천만 국민에 재생에너지 혜택을 널리, 견고한 정책 기반 만들고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01101201_125139.jpg)
▲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창업 이후 12년 동안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루트에너지는 기후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소, 송·변전시설 등 저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주요 사업 대상이다.
루트에너지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풍력, 태양광 발전 단지 등을 지을 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직접 투자에 참여해 발전 수익을 나눌 수 있게 해 준다. 지역 주민들을 단순한 보상의 대상에서 직접 참여자로 바꿔 줌으로써 개발사업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경제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
윤 대표가 루트에너지를 창업한 2013년 당시를 돌아보면 탄소 배출감축, 재생에너지 확대와 같은 기후대응 논의부터 아직 사회적으로 널리 공감을 받던 시기는 아니었다. 기후금융 플랫폼이라는 윤 대표의 사업 모델이 등장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
“처음 4년 정도는 사업 모델을 바꿔가며 세 번 정도 실패를 맛봤습니다. 그러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창업할 때 처음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해보자 마음먹고 다시 시작한 거죠.”
사회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에 공감대가 생기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향상, 핀테크 기술의 발전 등이 더해지면서 윤 대표의 구상은 점점 힘을 받게 됐다.
“2017년에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본사 옥상에 1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사업에서 처음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냈습니다. 1억8천만 원 정도 규모의 사업이었는데 양천구 구민들과 서울 시민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서 6분 만에 투자 유치를 마쳤습니다. 한 번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자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많은 일이 있었고 지금까지 500건이 넘는 사업을 전국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윤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은 이제 단순히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소멸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도 의미가 커지고 있다고 바라본다.
“공교롭게도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은 대부분 지방소멸 문제를 겪는 지역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농업, 어업에 종사하고 고령자가 많은 지역들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력 투입이 어려워지고 경제적 수입도 줄고 노동자 구하기는 어려워지는 거죠. 이런 지역에 금융 소득을 높여주면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은 물론 인구 유입까지 촉진해 지역 살리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남 신안군에서는 ‘신안형 햇빛연금’ 정책을 통해 2년 연속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면서 전국적으로 지방소멸 대응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초격차스타트업] 루트에너지 윤태환 "1천만 국민에 재생에너지 혜택을 널리, 견고한 정책 기반 만들고파"](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01101346_125721.jpg)
▲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햇빛연금, 바람연금을 내세웠다. 햇빛연금, 바람연금은 세부적 내용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역민에 경제적 이익을 나눈다는 큰 틀에서는 루트에너지의 사업 모델과 일맥상통한다.
윤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연금, 바람연금과 같이 주민에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형태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는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정부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돈이 오고 가는 일인 만큼 신뢰가 중요합니다. 제3의 외부 감시·감독 기관 없이 연금사업이 운영되다 배임이나 횡령 같은 비윤리적 사고가 발생하거나 공동의 이익이 아닌 특정 집단이 이익을 보도록 제도가 운영되면 언론에서 비판적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전체 재생에너지 산업이 무너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일은 과거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죠.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윤 대표는 루트에너지가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에도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가장 안전한 선순위 채권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부터 금융감독원의 감시·감독을 비롯해 중앙기록기관인 금융결제원의 관리를 받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뢰는 금융 측면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큰 틀에서까지 지켜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에너지정책이 바뀌고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뒤집어지는 불확실성은 혁신 기업의 생존에도 치명적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복합 위기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루트에너지를 통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균형 발전 등과 같은 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유럽 같은 지역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고 좌우 없이 일관되게 추진됩니다. 그 근저에는 당연히 정치권의 의지가 있고 더 들여다보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있고요. 유럽 지역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1천만 명이 넘으니 주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나 에너지 고속도로 등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정책이 흔들리지 않게 되고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게 될 겁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