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이성수 배수진 치고 의혹 제기, 이수만 이어 방시혁도 부담 커져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사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며 이수만 창업자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각종 의혹 제기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이사는 대표직 사임까지 밝히며 배수진을 치면서 이수만 창업자뿐 아니라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향한 공세를 예고했다. 
 
이수만 창업자의 지분을 사들여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M&A)에 나선 방 의장으로서는 이 대표의 공세에 자칫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놓고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성수 대표의 2차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1차 영상 때보다 한층 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스스로 대표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이수만 창업자와 방시혁 의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 SM엔터테인먼트를 M&A 시도로부터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캐주얼 복장으로 나온 16일 1차 동영상 때와는 달리 17일 2차 영상에서는 정장을 착용했다. 하지만 복장과 달리 표현은 오히려 거침이 없었다.
 
SM엔터 이성수 배수진 치고 의혹 제기, 이수만 이어 방시혁도 부담 커져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배수의 진을 치고 이수만 창업주 등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그동안 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개입한 것을 놓고 ‘탐욕과 독재’로 정의했다.

이 대표는 이 창업자를 향해 “모두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라. 이것이 내가 당신을 ‘지옥의 계곡’에서 살리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관의 무리들로부터 탈출해서 당신의 가정을 회복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이브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대표는 “SM은 하이브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이수만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적대적 M&A를 인정하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문화는 독점될 수 없고 독점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문화사업의 근본정신이다”고 비판했다.

독점이라는 키워드는 하이브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업계 1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시장점유율 10% 미만인 곳을 뺀 1~3위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 혹은 1위 사업자 점유율이 2위와 비교해 25% 이상 많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요건에 해당한다.

지난해 국내 연예기획사의 음반 판매량은 하이브가 29.30%, SM엔터테인먼트가 20.38%, JYP엔터테인먼트는 15.56%, YG엔터테인먼트에서 6.03%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의 단순 합산 점유율은 49.68%로 50% 미만이지만 합병 뒤 2위 기업인 JYP엔터테인먼트보다 30% 이상 많아 경쟁 제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공정위의 결합심사 결과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하이브-이수만' 연합 지분에 대항할 현실적 대안이 없는 이 대표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술이나 디자인, 가격경쟁력 등이 아닌 이미지와 감성적 부분이 훨씬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사업에서 하이브와 이 창업자에게 비판적 여론을 조성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SM엔터 이성수 배수진 치고 의혹 제기, 이수만 이어 방시혁도 부담 커져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의혹 제기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긴장하게 됐다.


이 대표는 방시혁 의장과 통화 녹취록도 곧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첫 번째 영상에서 “2023년 2월10일 새벽 3시15분 방시혁 의장과 통화, 그리고 메시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하이브와 이 창업자는 9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실을 10일 발표했다. 이 대표는 하이브의 이 창업자 지분 인수 소식을 접한 뒤 방 의장과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가 2월10일 새벽 1시20분 경 방 의장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새벽에 방 의장과 이 대표 간의 통화가 이뤄졌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 이 대표는 두 번의 영상을 통해 이 창업자가 해외 개인회사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수수료를 떼가는 ‘해외판 라이크기획’의 존재를 외부에 알리면서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도 이 대표의 영상에 따라 이 창업자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 만큼 하이브 측에서 밝히지 않은 방 의장과 통화 내용을 이 대표가 공개한다면 방 의장이 껄끄러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는 최근 하루에도 몇 차례 입장문을 내며 서로의 말에 반박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자금력에 못지않게 인수합병 관련한 명분과 사회적 여론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 후보에 방 의장과 이 창업자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추천하지 않은 것도 SM엔터테인먼트의 이익을 독점한다는 의혹을 받은 '이수만 창업자의 백기사'라는 시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M엔터테인먼트 내부 직원 사이에서도 하이브의 인수합병 시도에 반대하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하이브로서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SM라운지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직원 절반가량이 참여해 진행된 투표에서 자체 경영구조 정상화를 추진하는 현 경영진의 편을 드는 비율이 85%에 이르렀다. 

또 SM엔터테인먼트의 평직원 208명으로 이뤄진 평직원 협의체는 17일 ‘불법, 탈세 이수만과 함께하는 하이브, SM에 대한 적대적 M&A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