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유럽도 거센 자국중심주의, 정의선 체코서 전기차 해법 찾는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27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오른쪽)를 만나 현대차 체코공장 전동화를 위해 체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유럽의 보호무역 기조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유럽 현지 생산기지인 체코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전기차 시장인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비슷하게 현지에서 생산한 차에만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2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27일(현지시각) 피알라 체코 총리와 면담에서 앞으로 현대차 체코공장의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 논의했다.

유럽에서도 미국과 같이 자국 중심주의 기조가 강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정 회장으로서는 최대한 빠르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유럽 판매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생산기지로 터키공장과 함께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차종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연간 33만 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터키 공장(20만 대)뿐 아니라 현대차 해외 생산기지 가운데 인도(70만 대)와 미국(37만 대) 다음으로 생산 규모가 크다.

현대차는 체코공장에서 지난해 27만5천 대를 생산했는데 이는 전체 생산의 7.9%에 이른다.

특히 체코는 유럽연합(EU) 가입국가로 올해 하반기에는 의장국을 맡는 곳이기도 한 만큼 유럽에서 자국 중심주의 전기차 정책을 시행한다면 현대차로서는 생산을 늘릴 최적의 선택지이기도 하다.

친환경차 보조금과 관련해 자국 중심으로 정책이 변화하면 유럽연합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다.

현대차 체코공장에서는 투싼 하이브리드와 투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코나 EV 등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전기차 및 친환경차를 생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설비를 교체해야 할 부분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인 프랑스에서 최근 보호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레제코 등 프랑스 매체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국처럼 유럽도 현지 생산한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럽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하게 지지한다”며 “미국과 같은 방식을 오랜 기간 선호해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유럽에까지 불어닥친 자국 중심주의 바람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국에 이어 핵심시장인 유럽에서 마저 경쟁력이 하락해 개화하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전기차시장이 형성된 곳이다.

유럽에서는 2021년 모두 128만1449대의 전기차가 팔려 같은 기간 세계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27.16%를 차지했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과 비교해 64%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현대차는 유럽에서 소매 판매 기준으로 전기차를 4만7184대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48.9%에 이른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에서 아이오닉5와 같은 전용전기차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사실상 유럽이 현대차에게는 최대 전기차시장인 셈이다.

만약 유럽에서도 미국처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현대차로서는 미국과 유럽 주력시장 2곳에서 가격 경쟁력 하락이라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7조8166억 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전용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8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발효되면서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는 보조금(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친환경차만 대상으로 친환경차 보조금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현대차그룹은 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가격이 비싼 데다 생산비용 측면에서도 아직은 ‘규모의 경제’를 완전히 실현하지 못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시장 입지를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