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헝가리에 배터리공장 세운다, 벤츠 업고 유럽 적극 공략

▲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헝가리에 두 번째 유럽 공장을 세운다. 헝가리에서 현지 외교 당국 관계자와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 CATL 헝가리 지사 관계자 등이 중국 본사 관계자들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이 메르세데스-벤츠와 10조 원을 들여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CATL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2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까지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국 매체 이재망에 따르면 CATL의 글로벌화 전략에 속도가 붙고 있으며 CATL은 헝가리 신축 공장 부근에 위치해 있는 BMW와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공장도 고객으로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CATL은 공시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특히 유럽의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당사는 글로벌화 전략과 해외사업 성장을 위해 헝가리 데브레첸시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브레첸시는 헝가리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헝가리 공장은 CATL이 독일 공장 다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두 번째 공장이지만 CATL의 가장 중요한 유럽 거점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 생산능력만 놓고 봐도 독일 공장은 최대 14GWh인 반면 헝가리 공장은 100기가와트시(GWh)다.

CATL과 메르세데스-벤츠가 함께 세우는 헝가리 공장의 전체 투자금액은 최대 508억 위안(9조8천억 원)이다. 부지 면적은 약 221만 제곱미터(㎡)이며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헝가리 공장의 최대 건설 기간은 64개월로 설정돼 있는데 첫 생산라인의 건축허가 관련 심사가 마무리 되면 이르면 올해 안에 착공한다.

기업별 투자규모와 지분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헝가리 공장의 첫 고객사는 벤츠로 확정돼 있다.

유럽 완성차 공장들을 고객으로 추가 유치하게 된다면 CATL의 유럽 시장점유율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쩡위췬 CATL 회장은 “헝가리 생산기지를 통해 CATL 경쟁력은 더 높아지고 유럽 고객사 수요에 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리의 글로벌화 전략이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 동안 CATL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라는 입지에 올랐는데 중국 이외 해외 시장도 점차 넓혀가겠다는 전략도 앞세웠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CATL 실적에서 중국 제외한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움직임을 보였다.

CATL 전체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한 비중은 2018년의 3.53%에서 2021년에 21.38%로 올랐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터리 사용량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유럽 시장에서 CATL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3% 증가한 사용량으로 3위를 기록했고 1위는 LG에너지솔루션, 2위는 일본 파나소닉이 차지했다.

쩡위췬 CATL 회장은 일찌감치 유럽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2020년 중국에서 열린 ‘2020 세계 친환경차 대회’에서 쩡 회장은 “유럽 친환경차 산업의 투자규모는 이미 중국을 넘어섰고 시장규모도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중국 최대 시장조사업체 터우바오연구원은 “보수적으로 봐도 유럽시장 배터리 수요 규모는 2025년에 174GWh, 2030년에는 820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CATL은 유럽 시장 뿐 아니라 미국에도 공장을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쩡 회장은 올해 5월 열린 ‘2021년 실적 설명회’에서 “미국 고객사와 현지화 생산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 인력 효율 등 부분이 제품 품질이나 원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지원법' 등 법안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어 CATL의 미국 현지화 생산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