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통해 실적 정상화의 신호탄을 쐈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신차 출시와 원가 절감 노력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와 리콜 관련 소송, 신흥국 환율 약세 등 현대기아차를 위협하는 대외요인도 여전히 많다.

◆ 현대차 기아차, 하반기 신차 출시가 이끌 실적 개선 기대감 높아

26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8년 말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신차 출시효과를 봐 하반기에도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기아차, 실적 정상화 청신호에도 앞날은 여전히 낙관 못해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사옥.


현대차가 4월8일부터 출고하기 시작한 8세대 쏘나타는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또 팰리세이드는 내수시장에서 월 평균 6천 대씩 팔리고 있는데 하반기부터 미국 시장에 투입돼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라인업을 완성할 경형 SUV 베뉴는 곧 인도시장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출시되며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이르면 5월 말에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을 내놓는다.

기아차는 3월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텔루라이드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하반기에는 모하비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선보인다. 주력 세단인 K5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도 하반기에 출시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이젠 숫자로 얘기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며 “쏘나타 효과 본격화와 팰리세이드 증산으로 실적이 더욱 강하게 반등할 것이며 신차의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지면서 글로벌 점유율 회복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기아차를 놓고도 “숨 고르기 구간을 지났으며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신차 사이클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목표주가는 1월만 하더라도 평균 14만8500원이었으나 1분기 실적이 나온 뒤 16만1700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기아차 목표주가도 기존 3만8900원 수준에서 현재 4만3천 원까지 상향됐는데 이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 대외적 변수 많은 점은 부담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실적 정상화 청신호에도 앞날은 여전히 낙관 못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상무부에게서 제출받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차와 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자동차를 비롯한 수입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할지 여부를 5월18일까지 결정하게 된다. 만약 한국이 관세 제외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현대기아차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합산 판매량 기준으로 2016~2018년에 미국에 연평균 60만 대의 차량을 수출했는데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관세 부과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모두 2조5천억 원이 넘는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여러 리콜 관련 조사도 현대기아차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3일 독일 부품기업 ZF-TRW의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의 결함 조사를 확대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혼다, 토요타, 혼다,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생산한 차량 1230만 대가 조사대상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부품기업의 과실 여부에 집중해 조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제조기업의 잘못이 드러나면 현대기아차가 감수해야할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타2엔진 리콜 과정의 적정성을 놓고 미국과 한국의 검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을뿐 아니라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소비자 집단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24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료제출과 합동조사 등으로 세타2엔진 리콜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지만 조사 완료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에어백 결함문제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으며 모든 지역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호적이지 않은 신흥국 환율도 부담이다.

달러 강세에 따라 신흥국 화폐 가치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1분기 평균 원/루블 환율은 17.1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5% 하락했는데 현대기아차가 적정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원/리라(터키) 환율과 원/헤알(브라질) 환율도 같은 기간 각각 9.8%, 5.2%씩 낮아졌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