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면 개편 가닥, '엑시노스' MX사업부로 이관 내부 잡음

▲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시스템온칩 사업을 기존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DX부문 MX사업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적자 늪’에 빠져있는 시스템LSI사업부를 살리기 위해 전면적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스템온칩(SoC) 사업을 기존 DS(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DX부문 MX사업부(스마트폰 제조)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두고 내부 이견이 크다는 관측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2일 반도체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이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경영진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조만간 시스템LSI 사업부 조직 개편의 윤곽이 들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2024년 1조 원 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갤럭시S25 시리즈에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는 데 실패한 것이 적자 폭을 키운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면 개편 가닥, '엑시노스' MX사업부로 이관 내부 잡음

▲ 사진은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 AP '엑시노스'. <삼성전자>

권형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지난 2월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플래그십 시스템온칩(SoC) 진입(엑시노스의 갤럭시S25시리즈 탑재)을 놓친 영향으로 시스템LSI 사업부 전체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현재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엑시노스 AP 사업을 MX사업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처럼 스마트폰 사업부가 자체 AP를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모바일 프로세서(AP)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다.

2022년에는 시스템LSI사업부와 MX사업부의 합작 태스크포스(TF)인 ‘드림 플랫폼 원팀’을 구성해 맞춤 제작한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하려 했으나 포기했다.

대신 2023년 MX사업부 내 AP솔루션 개발팀을 신설, 시스템LSI사업부와 협업을 통해 갤럭시S24 일부 모델에 엑시노스2400을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엑시노스2500이 적기 개발에 실패하고 갤럭시S25 시리즈에 전혀 탑재되지 못하자, 삼성리서치 경영진단실은 현재의AP 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P 설계, 생산, 적용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업부 사이에 의사소통이나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경영진단실은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테면 MX사업부가 요구하는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시스템LSI사업부가 성능을 낮추면서까지 무리하게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등 사업부 간 엇박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스마트폰과 AP 설계를 MX사업부에서 모두 담당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면 개편 가닥, '엑시노스' MX사업부로 이관 내부 잡음

▲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조직 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MX사업부가 엑시노스 개발을 맡으면 삼성 AP는 갤럭시S 시리즈에만 탑재될 수 있을 뿐, 다른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또 AP 칩 사업의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완성차 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공급하고 있다.

MX사업부가 엑시노스 사업을 맡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적자를 내는 엑시노스 사업을 떠안는 것 자체가 실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시스템LSI사업부 조직 개편 방향은 엑시노스2600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스템LSI사업부는 현재 SF2(2나노) 공정을 활용한 엑시노스2600 개발에 집중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엑시노스2600의 내부 ‘테이프아웃’(양산 전 시험생산 단계) 준비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테이프 아웃은 설계에서 제조로의 전환을 나타내는 것으로, 반도체 설계팀이 물리적 설계 도면을 제조(파운드리) 팀에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나병현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