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수율' 개선, 한진만 퀄컴·AMD·구글 모시기 사활

▲ 삼성전자가 2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수율을 상당히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앞선 3나노 공정 실패를 2나노에서 만회하기 위해 수율 개선 작업과 함께 북미 빅테크 기업들을 2나노 공정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3나노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로 대형 고객사 확보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은 가운데 새로 사업부 수장에 오른 한진만 사장이 2나노 공정에서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퀄컴, AMD,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 수율이 상당히 올라왔고, 내년 이 공정으로 삼성전자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을 대량 양산해 내년 여름쯤 출시될 예정인 차기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사장은 또 3나노 공정에서 대만 TSMC에 빼앗긴 구글,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2나노 공정에서 되찾기 위해 미국 사업을 대폭 강화, 파운드리 사업 부활을 노리고 있다.

27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쏘리티, 폰아레나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7’에 자체 AP인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예정이다.

2나노 첨단미세공정으로 제작되는 엑시노스2500이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된다는 것은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500을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하려고 했지만, 3나노 공정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월 말 연말 정기 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 새 수장으로 선임된 한 사장은 2나노 공정 수율 개선 작업과 함께 북미 대형 고객사 유치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장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의 D램·낸드 설계팀을 거쳐 SSD 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말에는 DSA 총괄로 북미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다.

그가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그의 북미 반도체 사업 경력과 북미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2나노 파운드리 공정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이미 2나노 고객사로 애플과 엔비디아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애플이 2025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용 칩 ‘A19’를 TSMC와 협력해 생산하며, 이미 테스트 버전까지 시연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외 엔비디아, AMD, 퀄컴 등도 TSMC와 2나노 생산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장은 우선 퀄컴, AMD 등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을 비롯해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 등을 2나노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수율' 개선, 한진만 퀄컴·AMD·구글 모시기 사활

▲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최근 일부 정보제공자(팁스터)들은 퀄컴이 차세대 ‘스냅드래곤X 엘리트2’ AP 제작을 위해 삼성전자와 TSMC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이이란 관측을 내놨다.

지난 11월 열린 ‘삼성 AI 포럼’에는 AMD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참석하며 양사의 끈끈한 협력 관계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반도체를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하는 것을 노리고 있으며, AMD에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설계의 선구자인 짐 켈러가 이끄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최근 브로드컴에 이어 엔비디아의 강력한 AI 칩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텐스토렌트 관계자는 최근 블룸버그에 2027년 생산할 차세대 AI 반도체 ‘웜홀’을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47억4500만 달러(약 6조8800억원)의 반도체 설비투자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으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 공장에서 북미 고객사 반도체를 양산해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사장은 지난 9일 임직원에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경쟁사(TSMC)에 비해 뒤처진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