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준법투쟁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도 준법투쟁에 돌입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난해 뚝심 대응으로 파업 직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성공했던 경험을 살려 올해도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재정 건전화를 위한 행보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다가오는 서울 지하철, 서울교통공사 백호 올해도 '뚝심'으로 풀어낼까

▲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가운데)이 2023년 11월21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에서 열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타결된 뒤 이양섭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0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준법투쟁은 법규를 규정대로 지키면서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노동 쟁의 방법이다. 30초로 규정된 정차 시간을 지키고 승객 승하차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거나 2인 1조 작업 방식을 준수하고 규정 점검 외의 작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철도노조는 2019년부터 매년 파업, 태업을 이어오고 있다.

백 사장은 지난해 5월에 취임해 같은해 발생한 노동조합 파업 과정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면서 파업 확산을 막고 임금 및 단체협상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백 사장은 2023년 10월31일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력 감축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저희 입장에서도 현재로서는 협상 유보는 없다”라며 “업무와 조직을 재설계하는 등 기능의 변화를 통해 환경 변화에 맞는 몸집을 다시 만들어가야 할 과정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섞어 노조와 긴밀히 협상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23년 11월22일엔 1차 파업에 참여한 제1노조 소속 4470명의 임금 약 7억 원을 급여에서 삭감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당시 백 사장은 “열차 운행 방해나 지연 행위 등 불법행위 발생 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면서도 “노동조합과 지속해서 대화를 추진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대화 테이블을 열어두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러한 뚝심 대응으로 백 사장은 파업을 하루 앞둔 2023년 11월21일 회사 측 입장이 대부분 반영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노사 합의안에는 △2023년 하반기 660명 신규 채용 추진 △정부 지침(2023년 1.7%)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최대 임금 인상 △내년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맞이 직원 혜택 추진 △안전 분야 인력 충원 추진 △경영 합리화 방안 위한 노조와의 대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는 등 노조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인력 감축, 임금 인상 등의 부분에서 사측 입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백 사장 앞에 놓인 올해 노조의 쟁의 상황은 지난해보다 녹록치 않아 보인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이번에 준법투쟁에 돌입한 곳은 사내 최대 노조이자 전국민주노통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다. 전체 서울교통공사 직원 가운데 약 60%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외에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 MZ노조라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만 파업을 추진했으나 올해는 다른 노조로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는 19일 서울교통공사 신답별관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쟁의행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2월3일부터 5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또한 20일 시청 앞에서 ‘임금과 복지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출정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표어로 삼아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를 향한 경고를 남겼다.
 
파업 다가오는 서울 지하철, 서울교통공사 백호 올해도 '뚝심'으로 풀어낼까

▲ 서울교통공사 소속 노동조합들의 쟁의행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교통공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백 사장이 올해 노조와 교섭에 성공하더라도 서울교통공사 노조 갈등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대립하는 핵심 원인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악화이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핵심 수입원인 지하철 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하철 요금은 주요 공공요금인 만큼 백 사장이 뜻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국 백 사장으로서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노조와는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2200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강압하며 현장 인력감축, 무책임한 안전 업무 외주화, 무자비한 노조 탄압을 내리꽂고 있다”라며 “공사가 노조 요구에 응하지 않고 대화도 거부하면 12월6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으로 취임한 2023년 재정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2026년까지 전체 정원 1만6367명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해야 한다는 방침을 노조에 제시한 바 있다.

올해도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대립 중인 쟁점 역시 인력감축, 지하철 2호선의 1인 승무제 도입, 임금인상 폭 등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 말부터 2호선의 운행시스템을 기존 2인에서 1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열차의 승무 방식을 바꾸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8월2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원대비 승차 인언을 뜻하는 혼잡도가 152%에 이르는 데다가 10량 규모의 대형 열차가 다니는 2호선에서는 기존의 2인 승무제로 운영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는 10월5일 설명자료를 통해 “1인 승무 방식은 다른 지하철 운영기관에서도 많이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안전을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라며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해 시민, 직원 등 대내외적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안전성 검증 및 의견을 반영해 1인 승무 시행 여건이 확보된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1인 승무제를 강행한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반박했다.

2025년도 임금 인상 문제도 노사 갈등의 핵심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정부지침에 따라 2.5% 인상을 제시한 반면 노동조합은 5%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매년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1일 김지향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는 7조833억 원에 이른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년 재무제표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의 부채가 6억8322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부채가 2천억 원이 넘게 증가한 것이다.

백 사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상황을 놓고 “자구 노력만으로는 부채 절감에 한계가 있다”면서 “요금 인상과 무임승차 손실 비용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