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 비서(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AI 에이전트로 이용자에 차별적 서비스 가치를 제공, 정체돼 있는 국내 통신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에이닷' 시연 모습. < SK텔레콤 > |
AI 에이전트가 활성화되면 이를 이용하기 위한 이동통신 번호이동이 늘어날 수 있고, 향후 구독 모델을 통한 수익화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통신사들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등 기업간거래(B2B)뿐만 아니라, 기업과개인거래(B2C)에서도 AI를 적용한 서비스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이 2023년 10월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한 데 이어 LG유플러스가 지난 7일 AI 에이전트 ‘익시오’를 선보이며 가입자 확보 경쟁에 나섰다.
익시오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통화 서비스다. 자체 생성형 AI ‘익시젠’과 구글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통화 녹음과 요약, 보이스 피싱 감지 등을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제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특히 AI가 통화 내용을 문장 단위로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실시간으로 99% 탐지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존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이 사전에 등록된 문구나 스팸 번호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면, 익시오는 AI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탐지한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통해 이동통신 가입을 유도하고, 1년 내 익시오 이용자를 100만 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익시오가 출시된 11월 첫째 주 LG유플러스의 아이폰16 시리즈 하루 평균 판매량은 1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마지막 주 판매량 2500여 대에서 4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AI 서비스가 각 통신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한 SK텔레콤은 이미 올해 9월 말 기준 5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통신사 중 AI 서비스로 앞서나가고 있다.
에이닷에서는 SK텔레콤의 자체 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 외에 챗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8종의 LLM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올해 10월에는 에이닷 PC 버전을 선보였고, 2025년에는 북미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출시한다. SK텔레콤이 해외 이용자만을 겨냥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LG유플러스가 AI 에이전트 수익화와 관련해 당분간 이용자 모집을 통한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구독 모델을 통한 유료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 LG유플러스의 AI 에이전트 '익시오'의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 이미지. < LG유플러스 > |
김용훈 SK텔레콤 AI 서비스사업부장은 “가입자 사용량과 사용 패턴,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유료화 의사 확인도 필요하다”며 “기능을 확대하고 추가하면서 시장에서 유의미한 상품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 유료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2025년 AI 에이전트의 구독모델을 통해 수익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현재 활발하게 AI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AI 매출이 조금씩 발생할 것”이라며 “2025년 말부터 에이닷-퍼플렉시티를 유료 전환한 뒤 수익모델(R/S)을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이 정체된 이동통신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될 수 있는 셈이다.
KT는 아직 AI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5년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과 애저 AI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를 대하는 통신사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며 “통신사들은 직접 AI 시장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협력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 제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