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빨라진다, 비핵심 자산 처분하고 글로벌 사우스·B2B에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계열사가 동반 부진하며 겪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와 '비핵심 자산 처분', 'B2B 사업 확대'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LG >

[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악화된 경영환경에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주요 시장 외에 인도, 동남아, 중동 등 잠재력이 큰 ‘글로벌 사우스’에 초점을 맞추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비핵심 자산은 처분하고, 구 회장이 미래 산업으로 꼽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집중하며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달 초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인도네시아 합작 법인 ‘HLI그린파워’를 방문한 것을 두고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사우스는 제3세계 국가를 통칭하는 용어다.

전 세계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국내총생산(GDP)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6%에서 2023년 12%까지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까지 이들의 GDP 성장률이 연평균 6.3%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구 회장은 올해 2월 말 인도 벵갈루루와 뉴델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해 미래 전략을 점검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돌파구를 글로벌 사우스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2024년 가전, 배터리, 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이 동반 부진하며 시가 총액이 40조 원 이상 줄었다. 국내 대기업 시총 순위에서도 SK그룹에 2위를 내줬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년 약 13조9천억 원에 달했던 LG그룹의 합산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은 2024년 5조6천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1년 8조6천억 원이었던 순이익은 지속 하락해, 2024년 3천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LG그룹에 새로운 수익창출원이 절실해진 것이다. 

LG전자는 인도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2428억 원, 순이익 1243억 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순이익을 달성했다.

또 LG전자 사우디아라비아법인은 최근 현지 최대 B2B 유통업체 ‘셰이커’와 ‘LG 공조 솔루션스 데이’ 세미나를 열고 냉난방공조(HVAC) 사업 접점 만들기에 나섰다. 이는 최근 중동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광모 회장은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고 B2B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LG전자 에너지솔루션(ES)사업본부는 최근 사업성이 떨어지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매각하고,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 빨라진다, 비핵심 자산 처분하고 글로벌 사우스·B2B에 집중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2025년 2월2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


LG전자는 최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초고효율' 구현에 집중해 개발한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공급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정책에 대응해 현지 맞춤형 공조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은 2024년 3106억 달러(약 420조 원)에서 2034년 5454억 달러(약 738조 원)로 연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도 비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에스테틱 사업부와 워터솔루션(수자원)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반면 인공지능(AI) 바이오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최근 신약 개발 점검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며, 지난해에는 7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배터리를 핵심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 산업단지를 방문해 “경쟁사 대비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달라”며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