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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 취소와 배터리 합작사 분쟁까지, 볼보 전기차 사업 자체에 의문부호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4-11-05 14: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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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 취소와 배터리 합작사 분쟁까지, 볼보 전기차 사업 자체에 의문부호
▲ 전기차 판매 급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전면 중단 등 전동화 전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볼보자동차의 전기차 사업 경쟁력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충전 중인 볼보의 전기차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볼보자동차가 자체 전기차 배터리 수급을 위해 추진해온 기가팩토리 건설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회사가 계획한 전동화 전환 계획이 또다시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1년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9월 이같은 전동화 전환 계획을 철회했다. 

이같은 계획 철회에 더해 최근 세계적 전기차 판매 급감, 안정적 배터리 공급을 위해 추진한 기가팩토리 합작사의 경영난 등으로 회사의 전동화 전환은 예정보다 조금 더 지연되는 차원이 아니라 전기차 사업 자체에 대한 지속가능성과 신뢰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5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볼보자동차가 배터리 자급화를 위해 2021년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합작해 스웨덴에 설립한 배터리 회사 '노보에너지'가 최근 노스볼트 자금난과 함께 경영난에 부딪혔다.

노스볼트는 최근 세계적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불황 직격탄을 맞아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노스볼트는 최근 노보에너지에 더 이상 자본을 출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배터리 생산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웨덴 북부 스켈레프테오의 유일한 공장에 자금을 집중 투자키로 했다.

볼보자동차는 노스볼트가 노보에너지에 자금조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주주 계약을 위반했다며 주식환매권을 행사, 노스볼트의 나머지 노보에너지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전동화 전환 취소와 배터리 합작사 분쟁까지, 볼보 전기차 사업 자체에 의문부호
▲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의 노스볼트 공장 모습. <연합뉴스>

회사 측은 “노스볼트에 보유하고 있는 노보에너지 주식을 인수하기 위한 환매권 행사를 통보했다”며 “이 조치는 노스볼트가 자금 조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주주 계약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회사는 중국 CATL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수급 안정성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노보에너지는 설립 이듬해인 2022년 2월 안정적 배터리 공급을 위해 스웨덴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3억 달러(약 4조5470억 원)를 투자해 연간 최대 50GWh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2026년부터 생산할 계획이었다. 50GWh 배터리는 전기차 약 5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이다.

기가팩토리 건설은 볼보자동차의 전동화 전환 계획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노보에너지 경영악화로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 안정적 배터리 공급 길이 막히면서 볼보차의 전기차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 포춘은 최근 "볼보는 전기차 수요 감소, 중국과의 관계, 전기차 강세를 에측하고 실시한 사전 투자 여파 등 직면한 여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회사의 주가는 2024년까지 19% 하락했고, 최대 주주인 중국 지리자동차가 2023년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했을 때 마지막으로 기록한 최저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최근 노보에너지 독립 운영을 위해 새로운 투자 파트너를 물색, 노보에너지가 오는 2026년 배터리 생산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생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나 일정 등을 제시하지 않아,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볼보의 전동화 전략 추진에 의문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차로 완전한 전환을 약속하며,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는 시장 상황과 인프라 문제, 소비자 수준 등을 문제 삼으며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같은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전동화 전환 취소와 배터리 합작사 분쟁까지, 볼보 전기차 사업 자체에 의문부호
▲ 2023년 3월1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볼보자동차코리아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짐 로완 볼보자동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짐 로완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4일(현지시각) 신형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우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만 시장과 인프라, 고객의 인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몇 년을 미룰 수도 있다”며 “우리는 업계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고 실용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회사의 전동화 전략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는 회사의 전동화 전환 계획이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차질을 빚으면서, 볼보의 전기차 사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지난해 11월 국내 사전 예약에 들어간 전기차 신차 EX30의 출고 일정에 큰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EX30 사전 예약을 시작한지 1년이 됐는데도 아직 차를 구경조차 못한 구매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계약을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스웨덴 회사이지만, 경영난 끝에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하며 중국계 회사가 됐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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