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국내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가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변화’와 ‘혁신’을 내세웠다.

이들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험시장의 침체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공통적으로 위기의식을 드러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방점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변화 앞세운 생명보험 3사 3색 전략, 삼성 ‘운용’ 한화 ‘글로벌’ 교보 ‘지주사’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사진)은 올해 삼성생명의 혁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자산운용 부문의 강화'를 제시했다.


15일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의 올해 경영전략을 살펴보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의 홍원학 사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제로 자산운용 부문 강화를 꼽았다.

홍 사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생명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이라며 “자산운용은 운용 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 투자의 질과 양, 속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 사장의 당부는 삼성화재에 밀린 삼성생명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산운용 부문의 강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용자산 이익률은 3.5%로 한화생명(2.76%)보다는 높지만 교보생명(4.05%)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부문 임원을 사장 급으로 올리면서 수익률 개선에 공을 들여왔던 노력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인 셈이다.   

홍 사장이 삼성화재의 역대급 호실적을 바탕으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 사장에 발탁된 만큼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

홍 사장은 그동안 삼성생명이 해외시장에서 뿌려놓은 투자 기반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최근 몇 년 사이 영국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 세빌스IM과 프랑스 인프라투자전문 운용사 메리디암의 지분을 인수하고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과 펀드투자 약정을 맺는 등 해외시장에서 수익 다변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였다. 
 
변화 앞세운 생명보험 3사 3색 전략, 삼성 ‘운용’ 한화 ‘글로벌’ 교보 ‘지주사’

▲ 한화생명은 해외법인 실적 개선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 해외사업은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장(사진)의 성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삼성생명의 뒤를 쫓는 한화생명은 올해 동남아시아시장에서 실적 내기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시장에서 실적은 오너 3세인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의 성과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김 사장은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의 태양광사업이나 동생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해외 유명 버거 브랜드 유치 등과 비교하면 눈에 확 띄는 성과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이 장려되는 상황에서 올해 한화생명 해외법인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면 향후 한화그룹 금융사업을 이끌 가능성이 높은 김 사장의 경영승계 정당성이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  

특히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의 경우 시장에 안착한 베트남법인에 달리 매년 순손실과 순이익을 오가고 있어 한화생명은 올해 인도네시아법인의 안정적 흑자 전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손해보험회사 인수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에 2024년 하반기까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를 이사회에 보고하며 매물을 탐색했으나 인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는 우량 매물로 여겨지는 롯데손해보험 등이 인수합병시장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교보생명이 손해보험사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