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가 설계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만드는 AP, 엑시노스 시리즈가 혹평을 받을 때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설계, 제조 가운데 어느 쪽에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설왕설래가 오고간다.
그 가운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퀄컴이 설계한 스냅드래곤 사례 등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스냅드래곤과 TSMC에서 생산한 스냅드래곤 사이에 품질 격차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에 맡겼다가 발열, 성능 등에서 문제를 겪었고 그 이후 시리즈부터는 TSMC에서 스냅드래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 오명을 벗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내년 초에 공개될 갤럭시S24 시리즈다.
갤럭시S24 시리즈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엑시노스2400이 탑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설계도 하고, 생산도 하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의 공과를 한쪽으로 돌리기 애매하다. 하지만 실패와 성공은 분명히 다르다. 설계든 생산이든 어느 한 쪽이 안 좋으면 그 제품은 실패하게 되지만, 성공은 두 쪽 모두가 다 좋아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엑시노스2400이 성공한다면 어쨌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보증서가 박히게 된다. 그리고 이 보증서야말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 가장 절실한 요소다.
실력이 없는 것으로 소문난 테일러에게 자신의 맞춤 양복을 맡길 셀럽은 아무도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문제가 없다는 보증서가 붙어야 대형 고객들이 다시 안심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찾아올 수 있다.
대형 고객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시야에 들어와있는 곳은 바로 퀄컴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 이후로 TSMC에게 생산을 맡겼지만 최근 다시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주문을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만약 엑시노스2400이 성공한다면, 2025년 출시 예정인 스냅드래곤8 4세대의 생산물량을 다시 삼성전자가 가져올 확률이 높다.
만약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는 꽤나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엑시노스2400이라는 보증서에 스냅드래곤8 4세대라는 보증서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쳐다보지 않던 수많은 글로벌 대형 팹리스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엑시노스2400은 삼성전자의 LSI사업부, 스마트폰 사업부 뿐만이 아니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미래까지 걸려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제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일단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만 놓고 보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보인다. 일부 비교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엑시노스2400이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양산될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시제품보다 성능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를 조기 출시하고, 목표 생산량도 전작보다 높여잡는 등 갤럭시S24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갤럭시S24와 엑시노스2400이 삼성전자의 역사책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최고의 제품으로 남을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