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3-11-06 15: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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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배당 확대로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상속세 납부를 위한 계열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일부 신용대출로 상속세를 내고 있는 만큼 올해 일부 계열사에서는 배당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최대한 계열사 지분율을 떨어트리지 않는 방향으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최근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는 유가증권 처분 신탁계약을 맺었다.
홍 전 관장이 0.32%, 이부진 사장이 0.04%, 이서현 이사장이 0.14%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 약 2조 원가량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부진 사장은 추가로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 지분도 매각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계열사 지분을 전혀 매각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8.26%, 삼성생명 지분 10.44%, 삼성전자 지분 1.63%, 삼성SDS 지분 9.2%, 삼성화재 지분 0.0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았을 시점과 같은 지분율이다.
오히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향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올해 초 주주환원 정책으로 2025년까지 3년 동안 약 3조 원(보통주 13.2%, 우선주 9.8%)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재용 회장은 보유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뼈대가 되는 계열사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무리한 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역풍을 맞이할 수 있어 자사주 소각이 궁극적으로 지배주주(이재용 회장)의 지배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 회장이 다른 삼성 오너가의 다른 구성원과 달리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 회장은 상속세 부담만 2조9천억 원 정도로 2026년까지 매년 5천억 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내야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연부연납을 위한 공탁 외에는 주식담보 대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를 신고할 때 6분의 1을 먼저 낸 뒤 5년 동안 나눠 내는 방식이다.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이재용 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계열사에서 나오는 배당금뿐이다.
이 회장은 2022년 실적 기준 배당금으로 모두 3048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실적 기준 배당금으로는 3634억 원을 받았는데 삼성물산의 배당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배당금 수령액이 줄어든 것이다. 상속세 납부에 부족한 금액은 신용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지분 10.44%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배당금을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