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도토리집’ 신당동 ‘독일집’, 도심에서 만나는 목조 건축

▲ 서울시가 7월부터 11월까지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수상작 등 서울 및 경기도의 우수한 목조건축물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 아래에는 동네 아이들이 ‘도토리집’이라는 별명을 붙인 주택이 있다.

듣고 보면 각진 빵모자를 쓴 듯한 조금 독특한 지붕이 도토리를 연상하게 하는 것도 같다. 이 주택은 김갑봉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소장의 집이다. ‘나무로 짓는 도시’를 주제로 한 2021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목조건축은 철근콘크리트가 등장하고 고층 아파트가 주거의 중심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류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목조건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건물부문에서 배출된다. 서울시는 기후변화대응계획의 핵심대책으로 저탄소건물 100만 호 전환사업 등을 통해 공공 및 민간건물의 온실가스 저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목조건축물 탐방프로그램을 기획해 친환경 건축자재인 ‘나무’의 장점 알리기에 나선다. 목조건축에 관한 인식변화, 저변 확대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서울은 시민의 절반가량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도시다. 목조주택이 흔한 주거방식은 아니다.

다만 서울시의 이번 탐방프로그램에서는 서울 도심의 유명한 현대식 목조주택들을 직접 둘러보면서 나무로 지은 집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서울 은평구 ‘도토리집’ 신당동 ‘독일집’, 도심에서 만나는 목조 건축

▲ 서울 은평구 연서로48길 50-27에 위치한 목조주택 '은평 9칸집'. 도토리집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 <한국목조건축협회>

앞서 언급한 서울 은평구 도토리집도 이번 투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은평구 도토리집은 2021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 ‘은평 9칸집’으로 출품됐다. 북한산에 둘러싸인 주택단지에 자리잡은 이 집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2018년 준공해 4가족의 보금자리가 됐다.

은평 9칸집은 그 이름대로 9×9(m) 정사각형 평면을 기본으로 하는 9칸으로 구성됐다. 목재만 사용한 것은 아니고 기둥보 목구조, 경골목구조에 철골구조를 결합해 지었다.
 
서울 은평구 ‘도토리집’ 신당동 ‘독일집’, 도심에서 만나는 목조 건축

▲ 서울 은평구 9칸집 내부 모습. <한국목조건축협회>

이 집의 백미는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노출한 기둥보 목구조에서 나온다. 1층과 2층, 다락 등 굵직한 공간들에 기둥보 목구조를 적용해 집의 기둥과 천장 등 어디를 둘러봐도 나무에 감싸인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저에너지주택 기준에 맞춘 단열재를 연속되도록 설치하고 열 회수환기장치(열 회수 효율 80%), 태양광발전 등을 적용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 사이 자리에 위치한 협소주택 ‘켈크하우스’도 이번 탐방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곳이다.

신당동 켈크하우스도 은평구 도토리집처럼 ‘독일집’, ‘빛 우물집’ 등 별명을 지니고 있다. 켈크하우스는 2022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 ‘도토리집’ 신당동 ‘독일집’, 도심에서 만나는 목조 건축

▲ 서울 중구 신당동에 중목구조로 지은 협소주택 '켈크하우스' 외관과 내부 모습. 켈크하우스는 2022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한국목조건축협회>

모던한 디자인의 외관만 보면 비전문가는 목조주택이라고 바로 알아채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한 색감의 나무기둥과 나무계단, 나무문 등이 영락없는 목조주택이다.

켈크하우스는 2021년 9월 준공된 지상 3층 주택이다. 은평구 도토리집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목재를 사용한 중목구조로 지어졌다.

이 집은 독일 주재원을 지냈던 건축주가 독일에서 살았던 잔디마당, 계단이 있는 집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의뢰했다고 한다. 나무 아치문과 직사각형 평면이 아닌 둥근 구조의 아이 공부방 등에서 이국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방이 있는 3층에는 두 개의 천창(천장에 낸 창문)을 내 햇빛이 2층까지 비추게 설계돼 빛 우물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 은평구 ‘도토리집’ 신당동 ‘독일집’, 도심에서 만나는 목조 건축

▲ 서울 중구 신당동에 중목구조로 지은 협소주택 '켈크하우스'. <한국목조건축협회>

이밖에도 이번 서울시 친환경 목조건축물 탐방프로그램에 신청하면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에 걸쳐 윤동주문학관, 인왕산 숲속쉼터, 우장근린공원 힐링체험센터, 종암박스파크, 진관동 한옥, 안양파빌리온, 서울대 관악수목원 교육연구동, 초안산근린공원 가드닝센터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번 탐방프로그램은 서울시친환경건물과와 한국목조건축협회가 주최하고 별도의 참가비용은 없지만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현장 탐방은 회차별로 18명까지 신청이 차면 들을 수 없다.

최근 건축산업에서는 탄소감축 공법과 자재 등 친환경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국토부는 6월30일부터 건물, 수송, 토지이용 등 도시 내 활동으로 발생하는 부문별 탄소배출량과 도시 탄소흡수원의 흡수량을 공간단위로 시각화한 탄소공간지도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국토부는 이 탄소공간지도를 건물에너지 소비 절감정책 적용지역 등 파악 등 도시계획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웨덴 기업 아트리움융베리는 6월 스톡홀름 남부 25만 제곱미터 부지에 주택 2천 채, 오피스공간 7천여 개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 목재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목조주택은 철골 조립식, 철근 콘크리트주택보다 열전도율이 10배가량 낮아 단열효과가 높아지고 건물 에너지 소모량도 줄어든다. 다른 자재와 비교해 제조, 가공과정에서 탄소배출량도 적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목조주택 1개 동을 지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8.85톤이지만 철근 콘크리트주택은 이산화탄소 79.98톤을 방출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