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뒷걸음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는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탄력적 가격 인하 정책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범용모델의 가격인하를 포함한 탄력적 가격 정책을 펼쳐 자국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서 내연기관차에서 차값이 비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및 고급브랜드 판매비중이 높은데 이런 이익체력을 전기차 가격경쟁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서만 4차례 가격을 변경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형SUV 전기차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을 5만8990달러로 이전보다 1천 달러 올렸고 2월 초에는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을 인상했다.
반면 테슬라 라인업에서 가장 싼 중형 전기 세단 모델3 가격을 4만2990달러로 500달러 내렸다. 모델3은 미국 연방정부 보조금(세액공제)을 받으면 배송비 포함 3만6880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평가 매체 켈리블루북은 현지시각 23일 현재 모델3는 역대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테슬라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늘자 1월 미국에서 판매가격을 모델별로 최대 20%까지 파격적으로 낮춘 바 있다.
지난 달 테슬라가 올해 첫 가격 인하를 단행한 뒤 차량 주문은 1월 테슬라 생산량의 약 2배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큰 폭의 할인으로 차량 수요가 회복되자 고가 라인업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고 이를 활용해 기본모델 가격을 낮춤으로써 수요층을 넓히는 탄력적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자유롭게 차량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단단한 이익체력이 자리잡고 있다.
2020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테슬라는 지난해 16.8%로 자동차업계에서는 압도적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테슬라가 적자를 내던 시기 공장 건설과 새 모델 개발에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었지만 전기차 자체 마진율은 좋았기에 최근 들어 수익성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생산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과 달리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수익성을 빠르게 높이기가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테슬라의 전기차 대당 평균 순이익은 9574달러로 내연기관차를 생산해 온 다른 완성차업체를 압도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1대당 순이익은 GM 2150달러, 토요타 1197달러, 폭스바겐 973달러, 현대차 927달러에 머문다. 현대차그룹과 미국에서 전기차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포드는 전기차를 한 대 팔 때 마다 762달러의 순손실을 보고 있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테슬라가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에 대응하며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라인업에서 안정적 수익성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중형 이상 차급, SUV,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량 판매를 가장 크게 늘린 바 있어 이를 활용해 미국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역동적으로 판매 조합을 개선해왔다.
2014년만 해도 현대차의 차급별 판매비중은 A·B·C세그먼트(경형·소형·준중형)가 71.7%, D·E·F세그먼트(중형·준대형·대형)가 28.3%를 보였다. 반면 2022년 판매에서 A~C세그먼트는 35%, D~F세그먼트는 65%로 판매 차급 비중이 반대로 역전됐다. 같은 기간 기아의 D~F세그먼트 비중도 43%에서 70.9%로 치솟았다.
미국 GM의 D세그먼트 이상 차급 판매비중은 64.4%, 일본 토요타는 55.5%에 그친다.
싼 가격에 사는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신뢰도를 인정받으며 중형급 이상 차량 판매가 8년 동안 크게 증가한 것이다.
세단 모델보다 수익성이 높은 SUV 비중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절반을 훌쩍 넘는 반면 폭스바겐은 45%가량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라인업을 갖춘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판매 5만 대를 넘어섰는데 올해는 현지 생산에 힘입어 판매량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동화모델 생산을 시작했는데 이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낮은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지급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 내연기관차 판매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의 평균 인센티브 비용은 1250달러를 기록했는데 현대차는 471달러, 기아는 710달러에 그쳤다. 올해 1월 들어서도 현대차는 1062달러, 기아는 520달러 수준의 인센티브를 보여 산업 평균인 1333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브랜드별 평균 인센티브 비용은 GM 1635달러, 포드 1274달러, 스텔란티스 2091달러, 토요타 803달러 였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브랜드보다 차 값을 깎아주지 않아도 점유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한 수요층을 갖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최근 점차 빠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79%, 지난해 71%였던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65%로 낮아졌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포드는 7.6% 점유율로 2위를, 현대차그룹은 7.1%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점유율이 2025년에 2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올해 테슬라는 미국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더욱 공격적 가격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서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함으로써 테슬라의 가격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익체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39%, SUV 판매량을 13%, 제네시스 판매량을 16%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에서 합산 13만1천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지난해 판매량의 2배를 넘어선다.
윤태식 현대차 IR팀 팀장은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이오닉 6의 판매 개시를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동시에 신형 코나 출시, GV70 현지 생산을 기반으로 제네시스·SUV 위주의 고부가가치 차종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 가격 정책에 관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탄력적 인센티브 전략을 펼쳐 북미시장 전기차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며 "대부분 차량이 각 세그먼트에서 가장 낮은 인센티브를 지불하고 있어 올해 미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