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L이앤씨가 파트너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의 사업 본격화에 따라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DL이앤씨는 주요 건설사 가운데 주택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SMR을 통한 친환경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SMR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서, 파트너사  엑스에너지 사업 본격화

▲ DL이앤씨가 소형모듈원전(SMR)을 시작으로 친환경 신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미국 SMR 개발기업 엑스에너지에 따르면 SMR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어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인 DL이앤씨도 사업기회가 본격적으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에너지는 에너지기업 센트리카와 영국에 엑스에너지의 SMR을 배치하기 위한 공동개발계약(JDA)을 맺었다. 최대 12기의 SMR 건설을 위한 첫 부지를 선정한 것이다.

이번 협약은 미국과 영국의 ‘첨단 원자력 에너지를 위한 대서양 파트너십’ 협정의 일환으로 체결됐다. 두 나라는 16~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때 원자력 협정을 공식적으로 맺는다.

엑스에너지는 최근 한국과 미국 사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약속과 발맞춰 국내 기업들과 손을 잡으며 DL이앤씨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엑스에너지는 지난달 말 아마존웹서비스(AWS)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에 SMR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설계, 공급망 개발, 건설계획, 투자 전략, 장기 운영까지 글로벌 SMR 사업 전반에 걸쳐 힘을 모은다.

엑스에너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계약은 2023년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온 업계 선도기업 DL이앤씨를 포함해 한국 내 전략적 파트너들과 맺어온 기존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엑스에너지가 미국에서 초기 SMR의 건설허가를 받기 위한 일정이 제시되면서 시공플랜트 참여 등 DL이앤씨와 협력 모습도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엑스에너지는 내년 안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다우케미칼과 협력하는 SMR과 관련한 건설허가 결과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걸프만 지역에 위치한 다우케미칼 운영시설에 수명이 다한 기존 에너지 및 증기 시설을 대체할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엑스에너지는 지난 3월 NRC에 건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NRC는 5월 18개월에 걸쳐 허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레이 셀 엑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엑스에너지의 대표 SMR 모델인 ‘Xe-100’이 처음으로 건설될 이 프로젝트를 놓고 “첨단 원자력 상용화 분야에 시장 선도기업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DL이앤씨는 2023년 SMR에 2천만 달러(당시 약 250억 원)를 투자해 엑스에너지가 발생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해 지분 2% 가량을 보유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엑스에너지 및 한전KPS와 함께 글로벌 SMR 사업 개발, 시운전, 유지보수 기술개발에서 손을 잡으며 협력의 폭을 더욱 확장하기도 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엑스에너지의 Xe-100에 관한 NRC 허가 결과는 2026년 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 보유지분에 기반한 건설 협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SMR 협력을 확장해 친환경 에너지사업에서 보폭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협력 지역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DL이앤씨는 노르웨이 최초의 SMR 도입을 위해 지난해부터 현지 개발사 노르스크원자력과 손잡고 노르웨이 베르켄 지역 산업단지 인근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엑스에너지는 기술 자문사로 참여한다.

또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동남아시아 SMR 시장 진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SMR은 단순히 원자력을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 이외에도 열과 증기를 공급해 DL이앤씨가 쌓아온 플랜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엑스에너지의 SMR은 운전 과정에서 중공업 생산라인에 필요한 섭씨 565도의 높은 열과 증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DL이앤씨의 산업플랜트 수주와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정유 공장에서 증류 및 화학반응을 위해 필요한 대량의 과열 증기나 철강 제조에 쓰일 열을 SMR은 탄소 배출 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DL이앤씨의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에 SMR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질수소와 부생수소 생산 플랜트를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행한 경험을 지니고 있어 이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DL이앤씨 SMR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서, 파트너사  엑스에너지 사업 본격화

▲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개발기업 엑스에너지(X-energy) 대표모델 'Xe-100' 발전소 조감도. < DL이앤씨 >


엑스에너지는 홈페이지에서 “제조업 생산라인에서 일정한 고온의 열과 증기가 필요한데 원자력은 이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청정 발전원”이라며 “이미 탈탄소화를 위해 주요 자원으로 활용되는 수소 생산에도 기존 석탄 연료를 대신해 SMR이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주요 건설업체 가운데 주택사업 실적, 특히 수익성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주택사업에서 내실을 다진 만큼 SMR은 플랜트 부문의 친환경 신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의 별도 주택부문 매출총이익률(GPM)을 보면 올해 1분기 9.3%에서 2분기에는 12.8%까지 높아졌다. 최근 다른 대형건설사 주택부문 매출총이익률이 높아도 한 자릿수 후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친환경 신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데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에 지분투자를 진행한 2023년부터 플랜트사업본부에 원자력·SMR사업팀을 두고 친환경 신사업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SMR은 친환경성, 경제성, 안전성을 갖춘 차세대 원자로로 전력생산뿐 아니라 산업용 열원, 수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며 “엑스에너지가 개발하는 SMR 시공 등을 포함해 중장기적 수주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