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 중형선박 수주 '싹쓸이', 김형관 고가 물량 인도로 수익 점프 정조준

▲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2021~2022년 저가로 대량 수주한 중형 컨테이너선의 건조를 올해 모두 마치고, 고가 선박을 인도하기 시작하며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중형선박 수주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중형선박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회사는 과거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 대부분을 올해 상반기에 털어내고, 고가에 선별 수주한 중형선박 인도에 따라 올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미포가 지난해 다소 뒤쳐졌던 영업이익률을 대거 만회하면서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그룹 내 다른 조선사들과 실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지 관심이 모인다.

9일 HD현대미포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가 과거 수주한 저가 중형선박의 건조가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2022년 저가에 수주한 컨테이너선 40척을 올해 상반기 내 모두 인도하고, 2023년~2024년 고가에 수주한 중형탱커선(MR선), 석유제품운반선(P/C선), 가스운반선 등의 인도가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해진 공정에 따라 건조가 이뤄지고 있으며, 가동률도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과거 수주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적자 호선, 저선가 물량 등의 비중은 2025년 1분기 41%에서 2분기 24%, 3분기 5%, 4분기 0%로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높은 건조가격 물량의 건조 비중이 상승한다는 점을 회사의 올해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미포 중형선박 수주 '싹쓸이', 김형관 고가 물량 인도로 수익 점프 정조준

▲ HD현대미포가 건조한 1800TEU급 중형 컨테이너선 모습. < HD현대미포 >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미포의 2025년 실적 예상치(컨센서스)는 매출 4조9338억 원, 영업이익 2772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213.3% 증가하는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5.6%로 3.7%포인트 증가한다.

회사는 2024년 국내 중형선박 시장에서 1위 입지를 넓혔다. 국내 중형선박 조선사 중 HD현대미포의 2024년 중형선박 수주 점유율은 86.1%로, 2023년보다 15.9%포인트 높아졌다.

2024년 수주 실적은 금액 기준으로 61억3천만 달러,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으로 153만CGT이다. 2023년과 비교해 금액기준으론 68.3% 표준화물선환산톤수 기준으론 55.7% 늘어난 것이다.  

선종별로는 석유제품운반선 62척, LPG운반선18척, LNG운반선 7척, 컨테이너선 6척 등 모두 97척으로, 과거 저가 수주로 골칫거리였던 중형 컨테이너선 수주 비중이 크게 줄었다.

회사의 올해 1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74척으로 석유제품운반선이 114척으로 가장 많고, LPG운반선 31척, 컨테이너선 10척, LNG급유선 7척, 자동차운반선 2척, 기타 10척 등이다.

통상 중형선은 길이 100~300m 안팎의 선박이다. HD현대미포조선,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의 국내 조선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분야다.

선종별로는 △벌크선 1만~20만DWT급 △유조선 1만~12만5천DWT △컨테이너선 1천~6천TEU급 △LPG운반선 5천~6만5천CBM △LNG선 2천~4만CBM 등의 규격을 중형선박으로 분류한다. 

2021년부터 시작된 조선업계 호황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LNG운반선 등의 선종이 주도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형선박 시장의 선가 상승은 더뎠다.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CGT기준)은 2020년 665만CGT에서 2021년 1909만CGT로 늘어났지만, 2022년 1358만CGT로 오히려 낮아졌다가 2023년 2039만CGT, 2024년 2677만CGT를 기록했다.
 
HD현대미포 중형선박 수주 '싹쓸이', 김형관 고가 물량 인도로 수익 점프 정조준

▲ 김형관 사장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를 맡다가 2022년 10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현대미포조선(현 HD현대미포)로 자리를 옮겼다. < HD현대미포 >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선박 중심의 조선사보다 HD현대미포가 실적 개선이 느렸던 이유다. 

회사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조6300억 원, 영업이익 885억 원으로 영업손익이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률은 1.9%에 그쳤다. 조선업 호황에 제대로 올라탄 HD현대중공업 4.9% HD현대삼호 10.3% 등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형관 대표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에 입사해 기본설계 부문장, 기술본부장, HD현대삼호 생산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대삼호중공업(현 HD현대삼호)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중 2022년 11월 발표된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HD현대미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오는 3월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