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이 김보현 대표이사 취임으로 오너경영을 본격화하면서 해외수주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 대우건설의 조종간을 잡은 김 사장에게는 공사비 상승 등 비용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 해결과 부진한 해외건설 수주에 돌파구 마련이 최우선 경영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김 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는 처남-매형 사이다.
전문경영인이었던 백정완 사장에 이어 오너 일가에 속하는 김 사장이 대우건설을 이끌게 된 것이다.
중흥그룹은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노조와 대우건설을 별도 법인으로 유지하고 사명을 유지하는 등 독립경영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중흥그룹은 독립 경영 보장을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로 3년을 기한으로 대우그룹 사내에서 법인 대표를 세우기로 했고 그 결과 대우건설 출신인 백 사장이 임명됐다.
백 사장에 이은 김 사장의 취임이 대우건설 경영에서 의미 있는 리더십 변화로 읽히는 까닭이다.
오너 일가를 '뒷배'로 한 김 사장의 경영행보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길게 드리워진 불황에 따른 실적 고전을 고려하면 김 사장에게 놓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우선적으로 대우건설의 수익성 회복부터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이 매출 하락을 겪는 중에 수익성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영업이익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2024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478억 원, 영업이익 623억 원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8%, 영업이익은 67.2% 감소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누적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출 7조8566억 원, 영업이익 2819억 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각각 전년 대비 11.4%, 51.8% 하락했다.
대우건설이 고전 중인 해외건설 수주의 돌파구를 찾는 일 역시 김 사장에게 중요한 경영과제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정 회장이 여러 차례 "해외에 답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고 직접 현지를 찾는 등 해외건설 수주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우건설의 해외건설 수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서 운영하는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4년 11월30일까지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1억6251만 달러(약 2333억 원)에 그치며 15위의 순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2024년 11월까지의 해외수주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4%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2023년 11월30일까지 해외에서 16억8566만 달러를 수주하며 5위의 성적을 거뒀다.
대우건설은 2021년부터 2023년에 걸쳐 꾸준히 해외 건설 수주와 규모를 늘려가며 순위를 상승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6억3543만 달러·11위 △2022년 11억1423만 달러·8위 △2023년 16억8566만 달러·6위 등이다.
▲ 김보현 공군 1전투비행단 203대대장 중령(오른쪽 첫 번째)가 2007년 7월 16일 제1전투비행단에서 진행된 스티븐 우드 주한미7공군 사령관 중장의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 지휘 비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공군>
김 사장을 놓고는 건설업 현장의 경험이 없는 공군 장성 출신의 비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김 사장은 대우건설 인수 이래 고문을 거쳐 사내이사, 총괄부사장 등을 맡아 경영 전반에 참여하며 국내외 사업 경험을 쌓아왔다.
김 사장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인수단장을 맡아 중흥그룹의 인수에 부정적 태도였던 노조를 상대로 협상을 주도하며 특유의 리더십을 드러낸 바 있다.
건설사 경영에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체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이 김 사장을 뒷받침할 것으로도 보인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설맨’으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서울 강남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용지 인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김 사장은 공식 취임 전부터 대우건설의 미래 대비를 위한 조직개편을 발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김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빠르고 합리적 의사결정 체계 구축을 위해 기존의 7본부 3단 4실 83팀 체제를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개편했다.
대표적인 조직개편 사항으로는 재무와 전략 기능을 합쳐 ‘재무전략본부’로 통합한 것이 꼽힌다. 스마트건설 기술 수요에 대응해 기술 개발과 운영을 전담할 ‘스마트건설기술연구팀’도 새롭게 구성됐다.
노후 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 시장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환경수처리팀’을 신설해 신수종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 법인인 DECV법인 조직을 정비해 베트남에서 시공 및 개발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담겼다.
대우건설의 조직개편에는 미래 성장 토대를 위한 김 사장의 고심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계 강화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고 임직원 모두 힘을 모아 건설 시장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