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 및 무역 정책을 비롯해 중동 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향배가 갈리는 만큼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으로 보인다.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드럼프 전 대통령. |
미국 현지시각으로 29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최종 호소 연설(closing argument)’를 진행했다.
엘립스 공원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인 2021년 1월6일 불복 연설을 했던 장소다. 연설 직후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대선일인 11월5일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 트럼프 후보와 자신을 대비하려는 해리스 후보의 의도가 반영된 장소 선정으로 읽힌다. 마지막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역시 반영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미국 대선은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내 주요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데다 미국 특유의 주별 선거인단 제도가 맞물려 양측 모두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비트코인 시세가 이날 7만3천 달러를 넘기는 등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하는 투자인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세를 보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누가 당선이 되든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와 통상 질서에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내에서도 대체적 시선이다.
두 후보는 세계 정치 및 경제 흐름에 주요 변수로 꼽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에 태도가 다르다. 한국 건설사들로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해외건설 환경의 변화에 맞춰 수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29일 한국건설협회가 마련한 ‘2025년 건설산업 이슈와 대응 방향’ 발표회에서 주요 변수로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미국 대선을 들었다.
손 실장은 “11월5일 전후로 세계 경제 및 정치 등 글로벌 환경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한다면 핵심 국제분쟁, 전통적 동맹국과의 관계, 글로벌 무역, 기후 정책 등에서 미국의 입장을 급격하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건설사들에는 중동 정세에 미국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에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이 한국 건설사들에게 해외건설 수주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건설사의 지역별 해외건설 수주 규모를 보면 중동이 119억4천만 달러로 전체 해외건설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이른다.
현재 복잡해진 중동 정세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포기에 따른 영향력 약화가 꼽히는 만큼 미국 대선은 중동 정세의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스라엘을 강하게 지지하며 중동에서 강경한 외교정책을 펼질 것을 예고하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중동 정세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건설사의 수주 환경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셈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트럼프 후보의 재선 가능성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고려해 신중하고 다각적인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며 “트럼프의 재선은 중동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성공을 가정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이 앞당겨 지면서 한국 건설사에 재건사업 참여 기회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지원이 없다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된다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며 지속적으로 종전 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30일 삼부토건과 디와이디, 에스와이 등 이른바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 HD현대건설기계 등 대형주도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미국 내 수주 환경 변화 역시 한국 건설사에는 중요한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에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칩스(CHIPS)법 등 정책을 추진해 왔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힘을 받으며 삼성물산 등 한국 건설사의 미국 내 해외건설 수주도 크게 늘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3년에 해외건설 수주에서 북미·태평양 지역 비중은 31%로 1위인 중동 지역 34%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2022년에 북미·태평양 지역 비중은 14.6%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내 반도체 등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금 대신 관세를 통한 압박을 선택하려 한다.
트럼프 후보는 현지시각으로 25일 팟캐스트 진행자인 조 로건과 인터뷰에서 칩스법을 비판하며 “우리는 반도체 기업에 단 10센트도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높은 관세를 매겼다면 그들은 아무 대가 없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