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정책토론을 펼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당 금투세 논란속 상법개정 가닥, 지배구조 개선카드로 '성난 개미' 달랜다

▲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개최한 금투세 정책 토론회 시작 전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진성준 정책위의장(오른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할지 여부와 관련한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이 자본시장 선진화와 소액주주들의 권리확대 등을 추진함으로써 금투세로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금투세 정책토론회 개최 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참가했던 의원 9명과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등 18명이 이날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요청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세 시행시기에 의견이 갈렸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에는 한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이에 민주당 정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금투세 디베이트(토론) 결과 필요성과 시급성이 모두에게 인정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정책위는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법률안으로 성안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독립이사 의무화 △감사의 분리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은 세금감면 등 기업지원이 핵심 내용인 반면 민주당의 코리아 부스트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차별화를 뒀다.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5가지 사항 모두 기업의 최대주주가 소액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는 상법 개정사항으로 현재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한다’는 규정을 ‘회사와 주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사회가 경영상의 이유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해도 소액주주들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는 두산밥캣-로보틱스 간의 합병 등이 주식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미치는 기업의 행위를 방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금투세 논란속 상법개정 가닥, 지배구조 개선카드로 '성난 개미' 달랜다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과 김현정 의원이 24일 금투세 정책토론회에서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토론회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두산밥캣-로보틱스 간의 합병 사례에서 보듯이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 주는 방식으로 편법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결국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과 개인투자자 보호"라고 말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입법취지를 두고 “기업가치가 변화가 없거나 심지어 증가하지만 일반주주의 가치가 저하될 경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 분리 선출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토록 하는 제도다. 대주주가 뽑은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해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대기업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두 명 이상 선임하는 경우 1주당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가 이뤄지면 주총에서 이사를 두 명 선출할 때 1주를 갖고 있는 주주에게도 의결권 2표가 주어진다. 주주들은 의결권을 본인이 지지하는 이사 후보에 몰아 줄 수 있게 돼 소수주주들도 의견을 모아 표를 합치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선출해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다.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도 경제개혁연대 등이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요구해 온 사안이다. 현행 상법은 기업의 정관 등에서 정한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한해 주주제안이 가능한데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함으로써 정관에서 정한 사항이 아니라도 주주 입장에서 중요한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 제안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은 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재계와 경제단체는 기업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이유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련)는 25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및 대학교 법학과에 소속된 상법 전공 교수 1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9명 가운데 62.6%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 금투세 토론을 계기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추진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내세우며 금투세에 관한 여론이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서다.  

민주당으로서는 금투세를 당론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한 뒤 상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소액주주 권리확대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한 셈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표도 금투세에 관해) 유연한 입장을 갖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본 뒤 당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에 (금투세 시행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오기형(기재위)·김남근(정무위)·박상혁(정무위) 의원은 다른 야당의원들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한 '경제개혁 의원모임'을 결성했고 24일에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 첫 입법과제로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회사법 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책위의 코리아 부스트업은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기업의 반대가 있더라도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게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내용인 만큼 열심히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의 시행 여부와 관련해서 민주당은 오는 26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한다. 26일 의총에서 당론이 정해질 수도 있지만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시기가 밀릴 가능성도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