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예금보험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해서 MG손해보험의 새 주인 찾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유력 인수 후보자인 메리츠화재가 우량 자산만 인수하고 고용승계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 예금보험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MG손해보험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으나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은 고용승계 문제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정치권과 접촉해 이번 매각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잠재적 인수자들이 인수에 부담을 느낀다면 수의계약마저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과 관련해 현재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8월16일 4번째 MG손해보험의 매각 시도가 유찰로 끝나자 관련법령에 따라 수의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예금보험공사는 9월 말까지 수의계약 참여 의향서를 제출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 대상 회사가 제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금보험공사는 4번째 매각전에 입찰 참여 의사를 나타냈던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에 수의계약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의계약의 최대 변수로는 노조의 반발이 꼽힌다.
MG손해보험 노조는 한때 매각 과정에서 매물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임기피크제 도입과 향후 인력효율화 작업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재입찰에 참여했던 메리츠화재, 데일리파트너스, JC플라워 가운데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세 회사 가운데 MG손해보험을 인수할 만큼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곳은 메리츠화재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4번째 매각전에서 메리츠화재가 갑자기 인수자로 등장한 이후 입찰이 유찰 처리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된 것도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노조는 8월29일 성명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면밀하고 세심하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며 “예금보험공사가 유찰과 동시에 수의계약 전환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은 마치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를 꺼려하는 것은 메리츠화재가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예금보험기금 자금 지원을 받아 MG손해보험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6월 메리츠화재는 호실적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만 3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단행하며 조직쇄신을 꾀했다.
메리츠화재가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MG손해보험을 인수한다면 노조의 걱정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 MG손해보험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를 배제하고 우량 자산만 인수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MG손해보험 노조는 금융사 문제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며 MG손해보험 매각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MG손해보험 노조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8월 말 간담회를 진행했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도 만났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의원들은 노조에서 우려하는 고용승계 문제에 공감하고 있어 국회에서 MG손해보험 매각 문제가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를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더라도 정치권 이슈로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최종 계약에 발을 뺄 수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이 진행된다면 노조의 입장에서 당연히 이슈화할 수밖에 없다”며 “김현정 의원실에서 이 문제를 전담하고 있고 신장식 의원과 민병덕 의원도 지원해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예금보험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다음 주에는 서울 강남구 메리츠화재 본사 앞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