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상반기 신규수주 부진 '옥의 티', 오세철 SMR·수소 사업 고삐 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고삐를 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안정적인 공사 수행을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으나 신규 일감 확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규 수주는 앞으로 실적 방향을 예상하는 가늠자로 여겨지는 만큼 하반기 만회가 절실하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은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미래 먹거리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4년 상반기 해외 수주에서 3건, 2억7236만7천 달러(약 3734억 원) 어치를 수주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상반기 해외 수주 계약 금액과 비교해 95.2% 감소했다. 삼성물산은 2023년 상반기 해외에서 단 2건으로 56억6128만8천 달러(약 8조 원)의 수주고를 올린 바 있다.

해외 수주 감소는 삼성물산의 전체 수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은 2024년 상반기 6조6천억 원을 수주했는데 이는 올해 초 세웠던 수주 목표 17조9천억 원의 37%에 해당한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 총액 14조3720억 원과 비교하면 그 절반도 되지 않았다.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가 예상보다 낮은 결과로 집계된 이유로는 기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사업 진행이 더뎌진 점 등이 꼽힌다.

사우디 정부는 애초 2024년 1월과 2월부터 ‘더 라인’ 프로젝트 관련 잠정제안요청서(RFP)를 발행하고 상반기 안으로 계약체결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적으로 빈 말이 돼버렸다.

자금 조달 및 현실성 문제로 사우디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의 규모도 축소됐다.

블룸버그, BBC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자들은 170km에 이르던 전체 규모를 계획의 1.4%에 해당하는 2.4km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100만 명을 입주시키겠다는 계획 목표 또한 30만 명으로 낮췄다.

사우디 정부는 6월2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을 2019년 기업공개 이래 처음으로 매각하는 등 긴급 현금 조달에 나서기까지 했다. 사우디 정부는 주식 매각으로 123억5천만 달러(약 17조 원)의 현금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물산은 하반기까지 수주 목표를 전부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7월31일 진행한 실적설명회에서 “국내외 하이테크 현장들의 증액 및 사우디 메트로 복합발전, 아랍에미리트 전력망 구축 등 중동지역에 다양한 상품 수출할 것”이라며 “호주·괌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신사업 수주, 국내 주택사업 수주 등을 통해 수주 목표 18조 원 달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세철 사장은 신사업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상반기 신규수주 부진 '옥의 티', 오세철 SMR·수소 사업 고삐 죈다

▲ 뉴스케일에서 개발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의 조감도. <삼성물산> 


현재 오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가운데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SMR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24일(현지시각) 루마니아 현지에서 미국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앤룬디 등 글로벌 기업 3개 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도이세슈티 지역 석탄발전소 부지에 발전설비용량 462MW(메가와트) 규모의 SMR을 짓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착공은 2026년으로 예정됐으며 2030년부터는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 마련됐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미국 뉴스케일, 플루어 등을 포함한 5개 기업과 루마니아 SMR 사업 모든 과정에서 협력하고 유럽 지역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 루마니아 SMR 사업의 최종 투자 결정이 확정되면 삼성물산은 5~6조 원 가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역량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수소와 관련해서는 국내 실증사업, 국내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중동 및 호주에서 진행되는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앞으로 확대될 수소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5월 국내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및 활용 실증사업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6월엔 실증사업에 참여한 8곳과 원전 수소 사업화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실증사업 참여를 통해 원전 수소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앞으로 국내외 원전 수소 사업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단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수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는 시점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르면 2025년, 2026년부터는 일부 해외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인 수주가 진행되는 등 실적 반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물산은 “오만의 살라라 프로젝트는 사전 기본설계(Pre-FEED)가 진행되고 있으며 UAE 헬리오 그린암모니아 사업 개발 사업 지분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며 “투자를 통해 호주 쪽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수소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들은 내년, 내후년에 수주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