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확산’. 올해 5월 수립된 ‘제4차 스마트도시 종합계획(2024~2028)’에 따른 스마트시티 전략의 핵심 키워드다.

이번 종합계획을 기반으로 정부는 2000년대 유비쿼터스도시(유시티)부터 시작해 쌓아온 스마트시티 역량을 국내로 퍼트리고 한국형 수출상품으로도 키우는 작업에 힘을 쏟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가 있다.

국가시범도시는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스마트시티 선도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백지상태 부지에 자유롭게 실증·접목하고자 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 국가시범도시는 2018년 1월 세종과 부산, 2곳에 지정돼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제4차 종합계획에서 ‘국가시범도시의 완성’을 핵심 추진계획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시민들이 최고 수준의 스마트도시 기술을 체감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주도할 국가시범도시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7월11일 미래 스마트시티 모습을 가장 먼저 그려나가고 있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를 찾았다.

국가시범도시인 부산 강서구 일대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부산 국가시범도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중심부 하천이 세 갈래로 나눠진 세물머리 지역(부산 강서구 일대)을 중심으로 2만8천㎢(약 84만 평)에 인구 8500명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총 예상 사업비는 5조4천억 원이며 친환경 수변도시, 제로(0)에너지 도시라는 큰 방향성에 맞춰 다양한 스마트기술들이 적용될 예정이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부지조성은 85%가량 마무리됐다.

현재 부지조성만 진행되고 있는 세종과 비교하면 부산 국가시범도시는 상대적으로 진척이 빠른 상태다. 부지조성 공사와 함께 최초 입주단지인 ‘스마트빌리지’에 이어 아파트 단지 1곳(호반써밋 스마트시티)이 입주를 마쳤고 다른 1곳(에코델타시티 한양수자인)은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국가시범도시를 조성 및 운영할 특수목적법인(SPC)은 올해 안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SPC에는 한국수자원공사, 부산시, 부산도시공사와 2022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민간부문 사업자 '더 인 컨소시엄(LGCNS·신한은행·현대건설·한양·SK에코플랜트 등)'이 참여한다.

◆개발 역량 갖춘 한국수자원공사와 리빙랩의 만남, 스마트 생태계 구축 착착

부산 국가시범도시는 곳곳에서 부지조성 공사와 함께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되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모습과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갈대밭이 무성했던 미개발부지에 들어서는 11.77㎢(약 356만 평) 규모, 계획인구 7만6천 명의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국가시범도시로서 향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를 품고 있는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풍부한 개발 역량을 지닌 한국수자원공사가 85% 지분을 들고 부산도시공사(15%)와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다. 2015년 착공한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2028년 완성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967년 한국수자원개발공사로 출범한 뒤 1973년 산업기지개발 촉진법에 따라 산업기지개발공사로 이름을 바꾸며 국가산업기지 개발이라는 국책사업까지 담당했다.

1988년 수자원 종합 관리를 위해 지금의 한국수자원공사로 재탄생하기까지 여수국가산업단지, 창원국가산업단지 등 국내 대표 산단 개발경험을 쌓았다. 2010년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 제정 이후 친수구역 조성사업, 즉 수변도시 개발도 담당할 수 있게 돼 현재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포함해 7개 수변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부산 국가시범도시를 조성·운영할 특수목적법인(SPC)에도 참여하는 만큼 에코델타시티 개발과 연계한 국가시범도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국가시범도시에서는 거의 한가운데 위치한 리빙랩(생활 실험실) ‘스마트빌리지’가 가장 눈에 띄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깨끗한 소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스마트빌리지는 국가시범도시 조성에 앞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대규모 리빙랩으로는 사실상 세계 최초인 스마트빌리지는 스마트시티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부산 국가시범도시의 최대 강점이다.

2021년 말 56세대, 200여 명이 입주한 스마트빌리지는 구축단계부터 시민들이 5년 동안 직접 거주하며 실증서비스를 체험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기술을 보완하는 역할로 조성됐다. 국가시범도시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 자유롭게 실험되기에 준비된 무대인 셈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스마트빌리지는 목적 자체가 실증을 위한 단지이기 때문에 정부 및 공공기관 혁신기술 실증과제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여기에서 진행된 많은 기술이 향후 국가시범도시에 실제 적용에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빌리지에서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이음 5G(5세대 통신), 올해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부산테크노파크 주관 지능형 헬스케어 등 다양한 실증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빌리지 바로 옆에는 모집된 입주기업(스타트업 등)들이 직접 실증할 기술을 개발하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어반테크하우스(창업혁신공간)와 기업연구단지도 마련돼 있다. 정식 건물보다 더 많은 컨테이너들이 보이는 어반테크하우스는 부족함보다 오히려 생동감이 느껴졌다.

스마트빌리지는 2021년 말 조성 이후 지난해 말까지 3천여 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을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도 리빙랩 노하우를 얻기 위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해외 방문팀들은 주로 리빙랩 및 스마트기술 관련 역량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며 “지난해 우크라이나 재건부 1차관이 스마트빌리지를 방문해 혁신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등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한 다수의 협력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도시’ 모습은 아직, 스마트기술 녹이기 과제도 남아

부산 국가시범도시는 SPC 설립이 완료된 뒤 도시 내 선도지구 지정 등 세부계획이 확실해진다. 다시 말하면 스마트시티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도시가 아직 완성 단계에 접어들지 못해 현재 입주민들은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 문제가 있다.
  스마트빌리지와 호반써밋 스마트시티, 에코델타시티 한양수자인 입주민들은 도시 인구가 아직 많지 않은 탓에 운영되는 버스와 버스노선이 적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열악함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반써밋 스마트시티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은 배차간격이 20~25분이었다.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버스가 지나간 뒤 다음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정류장에 꽤 많은 주민이 다음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빌리지에서는 수요응답형 셔틀버스, 에코델타시티 한양수자인에서는 초등학생·중학생 등하교를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교통 문제는 여느 신도시 초기 단계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생활편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에코델타시티 한양수자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마을버스 노선이 한 개에 그치기 때문에 시행사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스쿨버스를 투입했다”며 “고등학생은 대상에서 제외돼 불편함을 겪고 있고 모든 세대가 전부 입주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크게 부족한 정도라 입주자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혁신기술들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할지, 스마트시티 요소들을 어떻게 통합해 관리·운영할지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포함한 SPC의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스마트빌리지에서는 자원순환 서비스 측면에서 스마트쓰레기통을 이용해 각 가정에서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양을 측정하고 재활용한 만큼 보상을 돌려주는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100% 로봇이 쓰레기를 회수하겠지만 아직은 인력이 직접 투입되고 있어 이에 맞는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쓰레기통은 한 가지 예시로 이처럼 기술이나 시스템은 개발됐지만 실질적으로 확대 도입되기에는 예산, 제도 등 실질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때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돼 스마트시티 생태계를 향한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 혁신기술 실증사업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큰 목표인 만큼 대기업의 참여가 일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반이 마련된다면 스마트시티 생태계가 더 빠르게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향후 국가시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별 기술 및 데이터들을 연계해 도시 차원에서 활용할 방안을 놓고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연구 목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쌓이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 활용법을 공개하기는 이르지만 어떤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SPC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시범도시로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스마트시티 확대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부산 국가시범도시가 성공적으로 구축 및 작동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PC 설립 이후 민간부문 움직임도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제4차 스마트시티 종합계획 기간 내인 2027년까지 국가시범도시의 시민 입주와 서비스 구축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국가시범도시가 완성된 틀을 갖추는 데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만큼 실증기술 가운데 일부를 운영단계로 전환해 실제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산에서는 무인로봇, 신재생에너지 발전 서비스 등을 먼저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국가시범도시에 혁신기술 도입을 위한 기술적 추진계획을 담고 있는 ‘서비스 로드맵’의 리뉴얼 작업에 돌입한다.

동시에 기업들이 다양한 혁신기술을 더 자유롭게 실증해볼 기회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신산업 특례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중소기업 및 새싹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확대한다. 부산에서는 스마트빌리지에 로봇 중심 최신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는데 힘쓴다.

부산 국가시범도시를 책임질 SPC 민간부문 사업자들도 SPC 설립에 발맞춰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민간부문 컨소시엄의 주관사인 LGCNS는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자율주행, 모빌리티, 디지털트윈, 로봇, 헬스케어,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사이버보안 등 스마트시티 사업을 총괄하면서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스마트서비스 구축과 운영을 담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금융 서비스 및 재무적 투자, 현대건설과 한양은 스마트시티 선도지구 건설, SK에코플랜트는 신재생에너지, LG헬로비전은 스마트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LGCNS 관계자는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 및 부산시와 협력해 연내 SPC 설립을 목표로 출자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SPC 설립을 통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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