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그동안 대한민국이 핵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는 담론은 있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과거 정부와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원자력 입법 개정이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 신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핵잠재력 확보전략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민국 핵 주권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 '주한미군 철수' 공언 트럼프 시대 가능성, 국힘 유용원 "핵 주권 논의 재개해야"

▲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김기현 전 당대표, 권성동 전 원내대표, 나경원 당대표 후보 등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원자력 분야와 국방정책 전문가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축사에서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전략이라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며 "국방과 에너지산업이라는 두 측면에서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변화할 미국의 국방정책에 발맞춰 한국은 안보 공백 상황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한 대안으로서 핵 주권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사는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공언한 적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며서 한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홀로 대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핵 무장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점에서 볼 때 현 상황은 한국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대전환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 '주한미군 철수' 공언 트럼프 시대 가능성, 국힘 유용원 "핵 주권 논의 재개해야"

▲ 9일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토론회에서는 한용섭 국제안보교류협회 회장을 좌장으로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황용수 국제원자력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이어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토론을 펼쳤다.

정성장 센터장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핵 잠재력 재논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과거 미국 내 핵 비확산주의자들은 북한의 핵 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를 막아왔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전락했으며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를 반대할 명분을 상실한 상황이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핵심 측근들은 한국의 핵 무장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어렵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장관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더 견고한 민간 원자력 발전 능력이든 복잡한 핵 프로그램이든 한국이 핵 능력을 증진하기로 결정한다면 미국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윤석열 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 센터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및 폐기를 이끌어냈다"며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핵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수 교수는 에너지산업 측면에서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의 의의를 설명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연료가 되는 우라늄 가공과 처리 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한국이 명실공히 상용 원자력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상용 핵연료주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자체적 핵연료주기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해 한국은 러시아의 도움 없이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2022년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의 러시아산 우라늄 의존도는 33.8%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는 "미국이 추진하는 우라늄 농축 서비스 능력 확보 노력에 동참해 장기적인 구매계약 체결과 함께 과감한 직접투자를 단행해 미국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며 "향후 국내에도 관련 시설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