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에 온디바이스AI폰 훈풍, 장덕현 전장과 모바일 다 잡는다

▲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한 온디바이스AI폰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전력제어 소자인 MLCC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안드로이드 진영을 중심으로 서버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능을 이용하는 온디바이스AI폰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의 구동을 돕는 전력제어 소자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산업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모바일용 MLCC 불황기인 올해 전장용 제품을 강화해 이익체력 방어에 힘을 써왔는데 내년에는 모바일과 전장 모두에서 실적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들이 2024년 온디바이스AI 도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을 MLCC 고객사로 둔 삼성전기의 사업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뿐 아니라 중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온디바이스AI를 적용한 모바일 기기를 공격적으로 출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4를 온디바이스AI의 대표주자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례적으로 제품 공개 전에 기능을 미리 알리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샤오미도 올해 4월 인공지능 모델을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도록 경량화를 위한 연구팀을 설립해 연간 200억 위안을 투자한 뒤 모바일 비서 샤오AI를 초기 테스트하면서 내년 온디바이스AI폰 등장을 위한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화웨이 역시 올해 8월 개발자회의에서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하모니OS4에 경량화된 인공지능을 적용해 온디바이스AI 스마트폰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와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온디바이스AI 기기 출하경쟁은 모바일 MLCC와 같은 소자 시장에도 훈풍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능이 모바일에 탑재됨에 따라 미세 전력제어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져 초소형, 고용량 MLCC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개인기기에 온디바이스AI 바람이 불면서 기존보다 고성능의 신경망처리 반도체(NPU)가 탑재될 것이다”며 “NPU 고도화로 인해 MLCC 등 소자 탑재량도 동반해 증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MLCC에 온디바이스AI폰 훈풍, 장덕현 전장과 모바일 다 잡는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모바일 MLCC와 전장부품을 함께 들고 내년 실적 방어에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장덕현 사장은 올해 전기차 성장세에 발맞춰 모바일용 소자 사업에서 전장부품 쪽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는 노력을 기울이며 수익성 방어에 힘줘왔다.

장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MLCC와 카메라모듈, 반도체 기판 등 주력 사업에서 전기차 전장과 같은 성장산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사장이 이처럼 전장부품 쪽으로 중심축을 옮겼던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뿐만 아니라 MLCC산업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불황을 겪었던 점이 자리잡고 있다.

MLCC 시장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간 초호황을 누렸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감염병 창궐당시 비대면 수요 증가로 IT세트의 판매가 급증했다가 다시 IT수요가 급감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MLCC 시장에서 반등 기미가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되면서 MLCC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바라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MLCC 업체의 수주를 출하로 나눈 비율인 BB율(Book to Bill Ratio)이 4월 0.84에서 7월 초 0.91로 상승했다”며 “MLCC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BB율은 일종의 경기 선행지표로 1.0이면 수주와 출하가 균형상태를 의미하고 1.0 이상은 경기 상승을 뜻한다. 트렌드포스의 분석처럼 MLCC시장의 BB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출하량 대비 주문량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삼성전기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폰용 MLCC 사업에서 온디바이스AI라는 모멘텀을 만나게 되는 만큼 장 사장은 전장과 IT부품 사업 모두를 실적 반등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삼성전기가 내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9조4162억 원, 영업이익 9995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실적전망치보다 매출은 6.9%, 영업이익은 50.2% 늘어나는 것이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