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 CJGV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이 애들 태우고 있다.

유상증자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높은 시장금리에 자본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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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한화오션은 이사회에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이 상당부분 빚을 갚는데 쓰이고, 주주들이 가진 주식가치는 희석되면서 일반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1조1777억 원)과 CJ CGV(1조200억 원)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조 단위’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에는 한화오션이 이사회에서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1월에는 롯데케미칼이 1조215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했다.

이날 기준 각 기업의 시가총액과 비교해도 SK이노베이션(7.3%), CJ CGV(284.6%), 한화오션(26.2%) 등 규모가 큰 편이다. 유상증자란 주식을 신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인데, 기존주주 입장에서는 전체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분 가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상당부분 기업의 빚을 갚는데 활용된다. SK이노베이션이 3500억 원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에, CJ CGV도 2499억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한화오션도 운영자금으로 4500억 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2조 원의 자금을 부채상환이 아닌 대규모 투자에 모두 활용한다”며 “해양 방산의 해외진출, 친환경 연료 전환, 자율주행 선박기술 확보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활용한 부채 상환은 시장에서 악재로 통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는데다, 자금조달을 통한 기업 성장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사업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신사업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 이후의 주가 방향성은 유상증자에 대한 당위성에 있다”며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재로 인식되는 이유는 자금 조달의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잘못된 경영활동 과정에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라면 경영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과 완벽한 자금활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경영상의 문제로 악화된 재무구조 문제를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현재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 시 기존 주주들은 신주를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데, 신주를 사들이거나 신주인수권을 판매할 수 있다. 이 때 유상증자에 불참할 경우 지분가치가 낮아지게 되고, 추가로 주식을 사들일 경우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장점으로는 신주 인수 시 향후 늘어날 배당금이 꼽히지만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기업인만큼 실적과 배당금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가치 희석에 주가 급락까지, 잇단 ‘조 단위’ 유상증자에 속 타는 개미들

▲ 유상증자 소식이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내리고 있다.


여기에 유상증자 소식에 실망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도 기존주주에게 부담이 된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 SK이노베이션(-6.08%), CJ CGV(-21.10%) 주가가 급락했으며 한화오션(-5.03%)도 유상증자 검토 소식이 전해진 날 주가가 5% 이상 내렸다. 

주주들이 반발이 거세자 기업들도 민심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을 위한 유상증자임을 강조하면서 자사주 소각 등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국내 기업에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주주서한을 보내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주주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보유 자사주도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J CGV는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규모를 키우면서 주주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CJ CGV는 23일 지주사인 CJ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규모를 600억 원에서 1천억 원으로 늘렸다. 

앞서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CJ는 지분율에 따른 배정분 2800억 원 가운데 600억 원만 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공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계획이 CJ CGV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즉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도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 세계가 직면한 안보와 기후 위기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이 되겠다"며 이번 유상증자가 신사업을 위한 투자임을 강조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