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첨단소재‧석유화학 양대축으로, 신학철 배터리소재 2차 '점프업'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5월16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LG화학 >

[비즈니스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육성한 배터리소재사업 중심의 첨단소재사업이 올해 처음으로 석유화학사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며 LG화학의 양대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구조 재편 및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배터리소재사업의 2번째 ‘점프업’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LG화학 첨단소재사업 영업이익이 연간 기준 처음으로 석유화학사업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양극재 등 배터리소재 중심 첨단소재사업이 석유화학사업과 함께 주력 사업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2분기 LG화학 영업이익 전망치를 사업별로 보면 첨단소재 사업은 2천억 원 안팎, 석유화학 사업은 200억 원 안팎이다.

이런 흐름이 3분기와 4분기에도 이어지며 LG화학은 올해 첨단소재 사업에서 8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영업이익을 2천억 원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전망치는 신 부회장이 LG화학 첨단소재사업, 특히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소재를 성공적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그룹은 2018년 11월 LG화학 대표이사에 신 부회장을 내정하면서 "글로벌 제조기업 3M 수석부회장을 지낸 신 부회장이 글로벌사업 운영 경험과 소재·부품사업 전문성을 토대로 LG화학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부회장은 2019년 3월 LG화학 대표이사에 정식 취임한 뒤 4월 곧바로 배터리소재 사업에 힘을 싣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기존 4개 사업본부와 1개 사업부문을 개편해 4개 사업본부체제로 전환했는데 신 부회장은 이 조직개편의 핵심으로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신설을 꼽았다.

첨단소재사업본부는 기존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 재료사업부문, 기초소재사업본부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사업부 등 3개 부서를 통합해 출범했다.

신 부회장은 조직개편 보도자료를 통해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소재 분야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석유화학, 전지(배터리)사업에 이은 제3의 성장축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첨단소재사업은 사실상 LG화학의 양대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꾸준한 매출과 이익으로 석유화학사업의 변동성을 상쇄할 사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은 호황기에는 분기마다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불황기에는 큰 폭의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또, 배터리사업은 자회사로 분할된 상황이다.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은 2018년 영업손실 283억 원을 기록했지만 신 부회장 취임 뒤 양극재를 주력으로 키우며 매년 성장을 거듭해 왔다.

앞으로 신 부회장은 배터리소재사업의 2차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구조 재편과 인력 재배치, 비주력 자산과 사업의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게 확보된 가용자원들은 주로 배터리소재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 첨단소재‧석유화학 양대축으로, 신학철 배터리소재 2차 '점프업'

▲ LG화학이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을 위해 건설할 30억 달러(약 3조8천억 원) 규모의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조감도. < LG화학 >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한 배터리소재산업은 전기자동차 확대에 따라 배터리산업과 함께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일부 석유화학사업 업황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아 '한계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19일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이날 임직원에 보낸 메일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에 관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며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노 부사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제품을 향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구조적 공급과잉 이슈가 겹쳐 시황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최근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사업부를 15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전북 익산에 위치한 연간 생산능력 4천 톤 규모의 비주력 양극재 공장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또 올해 초 내놨던 입장을 바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올해 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보다는 비핵심자산을 정리하는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LG화학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2조 원 규모(지분 1~2%)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일부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LG화학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21일 “당사는 3대 신성장동력 투자를 위해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이는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추진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여전히 자금조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2조 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겠다는 당초 약속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배터리소재는 신 부회장이 설정한 LG화학 배터리소재, 친환경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의 중심에 서 있다.

신 부회장은 5월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배터리소재 매출을 2022년 4조7천억 원에서 2030년 30조 원으로 6배가량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2030년 매출 40조 원을 올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배터리 소재가 전체 목표의 75%를 차지한다.

신 부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3대 신성장동력의 사업화 추진에 속도를 내 시장 가치가 높은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