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몇 차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2019년 조직개편에서는 ‘인공지능(AI)플러스 태스크포스(TF)’, ‘디지털 신사업 TF’, ‘헬스케어 TF’ 등을 마련하며 특히 디지털 부문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여승주는 이때
김동원 상무에게 한화생명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김동원 상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앞으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5부문 체제를 구축하는 등 세 차례에 걸쳐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한화생명은 2021년 1월 신사업부문과 전략부문을 신설함으로써 보험, 신사업, 전략의 3부문 체제를 꾸렸다. 이어 2021년 12월 조직개편을 재차 실시하고 경영혁신과 투자 등 2개 부문을 추가로 마련했다.
사실상 보험부문을 빼고는 모두 기존에 하던 업무와 다른 일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보험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넘어서겠다는 한화생명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생명은 2021년 12월에 부문장과 경영전략실장을 임명하면서 조직개편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2021년 9월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경영전략실을 신설하고도 경영전략실장 자리를 빈 상태로 두고 있다가 2021년 12월 금융컨설팅 전문가인 하상우 전 AT커니코리아 대표이사를 경영전략실장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화생명은 2023년 2월6일 기존 '5부문 8본부' 편제를 '3부문 13본부'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 사업과 관련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위를 신설했다.
한화생명은 그동안 최고디지털책임자로 일해오던
김동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첫 최고글로벌책임자에 임명했다.
△제판분리 추진과 노사갈등 봉합
한화생명은 2021년 4월 판매전문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에는 구도교 한화생명 영업총괄 전무가 선임됐다. 구도교 대표는 2021년 10월 실시된 2022년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정기 임원 승진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2020년 12월 판매 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결정했다.
제판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속설계사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승주는 노조 측과 대화를 꾸준히 시도했고, 2021년 4월 한화금융서비스가 출범하기 전 노조와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출범 초기에는 판매전문 자회사로서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으나 2022년 들어 제휴사를 한화생명을 포함해 10곳으로 확대하면서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로 사업비 절감 등의 효과를 봤다. 2021년 한화생명의 사업비율은 14.3%로 2020년과 비교해 0.6%포인트 낮아졌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사업비 비율로 사업비율이 낮아지면 보험상품의 판매 및 관리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었음을 뜻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4월 출범한 뒤 중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리노보험대리점을 인수하고 판매 제휴처를 확대하며 흑자 전환에 힘을 쏟아 왔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에 169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2년에는 482억 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폭을 줄였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통합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라이프에셋(현 한화라이프랩)과 한화금융에셋을 2020년 12월15일 합병했다. 한화라이프에셋이 남고 한화금융에셋은 소멸됐다.
한화생명이 두 자회사를 통합한 것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전까지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은 순손실을 내며 한화생명에 부담을 줬다.
한화금융에셋은 2018년 순손실 4억9천만 원, 2019년 순손실 20억9900만 원을 냈다. 2020년에는 상반기에만 순손실 19억5200만 원을 냈다. 한화라이프에셋의 순손실은 2019년 9억8600만 원, 2020년 상반기 53억6500만 원이었다.
한화라이프에셋은 2021년 4월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할 때 한화라이프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화생명은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라이프랩을 각각 전속과 비전속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정비
한화자산운용이 2021년 한화그룹 비금융계열사 보유 한화투자증권 보통주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한화그룹 주력 금융계열사의 수직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다.
한화자산운용이 2019년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수직계열화가 이뤄졌으나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사이에 지분 관계가 얽혀 있어 한화생명의 지배력을 더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은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사업부문을 나눠 승계할 가능성이 크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에너지·제조업 전반을 맡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유통분야를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자산운용의 2021년 한화투자증권 지분 확대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사이 지분고리가 대부분 해소되어
김동원 부사장의 금융계열사 승계가 한층 가까워졌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한화생명을 제외한 그룹 금융계열사 9곳 가운데 7곳은 한화생명이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지배하고 있으나 한화저축은행과 에이치글로벌파트너스 2곳은 아직 한화생명 지배에서 벗어나 있다.
여승주는 2017년 7월 한화생명으로 이동한 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로 파견됐다. 한화에서 경영기획실 금융팀장을 맡아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 전반의 관리를 맡았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임원 등을 받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을 운영했다. 2018년 5월 경영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여승주는 한화생명으로 복귀했다.
정부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식으로 규제 방향을 정하면서 한화그룹도 금융계열사 전반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화투자증권 흑자 전환
여승주는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큰 손실을 보며 적자에 허덕이던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화투자증권의 손실을 만회하고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금융사업 확대 △트레이딩사업 업그레이드 △자산관리(WM) 및 홀세일(Wholesale) 부문 수익 극대화 △그룹 시너지 극대화 등의 방침을 정했다.
2016년 6월에는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여승주의 경영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한화투자증권은 2017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순이익 175억 원, 183억 원을 거뒀다. 한화투자증권은 전년도인 2016년에는 순손실 1615억 원을 냈다.
여승주는 2017년 7월
권희백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한화투자증권을 이끌었다.
△한화투자증권 조직 분위기 수습
한화투자증권은 여승주가 취임하기 전 당시 주진형 대표이사 사장의 파격적 행보로 심각한 내부갈등을 겪었다.
주 사장은 서비스 선택제 도입, 연공서열제 폐지, 과당매매 제한 등 연이은 파격적 조치로 회사 안팎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집단항명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직원이 한화투자증권을 떠났다.
여승주는 2016년 2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전국 50개 지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하는 등 ‘스킨십 경영’을 강화했다. 스킨십 경영은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심리적 거리를 줄여나가는 경영 방식을 말한다.
평일 저녁에는 본사 팀장급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2016년 5월에는 매주 주말마다 ‘불꽃 더하기 행진’이라는 트레킹 캠페인을 벌였다.
여승주는 인력이 반토막난 리서치센터와 영업부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확충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시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위축됐던 사내 분위기가 여 대표 취임 이후 많이 바뀌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도 ‘다시 한번 해보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대표 취임 이전
여승주는 1985년 경인에너지(현 한화에너지)에 입사해 2003년까지 한화에너지 구조조정본부 및 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대한생명보험(현 한화생명보험) 재정팀을 거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경영전략팀장(부사장)에 올랐다.
30년 넘게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재정 및 금융 관련 업무를 전담했기 때문에 한화그룹의 금융 전문가로 불린다.
2014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부문 계열사 4개를 인수하는 대형 거래를 맡아 인수합병(M&A)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대한생명보험에서 일할 때에는 보험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