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 빈자리가 1년 넘게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조직 이해도가 높은 내부출신인
김성태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오른 만큼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 빈자리가 1년 넘게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 |
다만 IBK기업은행의 다른 현안으로 인해 사외이사 인선이 지연되거나 사외인사 임명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사 후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면 사외이사 선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으나 지난해 3월26일로 임기를 끝낸 사외이사 2명의 후임을 임명하지 못한 채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이사회는 은행장과 전무이사, 사외이사 4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신충식 삼일회계법인 고문, 김정훈 단국대학교 겸임교수, 정소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사외이사로 일해 왔으나 김세직 교수와 신충식 고문은 지난해 3월로 임기가 끝났다.
김세직 교수와 달리 신충식 고문은 후임 이사 선임이 늦어지면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도 새로운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상법 제386조에 따라 사외이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전무이사로 일해오던
김성태 행장이 올해 1월 IBK기업은행장에 취임했지만 후임 전무이사는 지금까지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IBK기업은행 이사회는
김성태 행장과 사외이사 3인 등 모두 4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공석이 된 사외이사에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임명되기를 원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한다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 활동에 반영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노조 추천 이사의 선임을 요구해왔다.
노조 추천 이사가 임명된다면 IBK기업은행 역사상 첫 노조 추천 이사의 배출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국책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에 노조 추천 이사제를 한층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은 2021년 9월 이재민 해양금융연구소 대표를 노사 협의를 거쳐 사외이사에 임명하면서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노사 추천 이사를 탄생시켰다.
올해 들어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1월30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로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 대표이사를 추천하면서 노조 추천 이사제는 확산 기로에 서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종료되기 전인 지난해 2월 노조에서 추린 사외이사 후보 3인을 은행 측에 전달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도 지난해 7월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노조 추천 이사와 관련된 이슈가 있음을 전달한 것을 알고 있다”며 “
김성태 행장도 금융위와 관련된 사항을 얘기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임명이 지체되고 있으나 어느 때보다 노조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로 임명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사외이사 임명권을 가진 금융위원회가 2월20일 주택금융공사에 임재동 전 주택금융공사 노조위원장을 비상임이사(노동이사)로 임명하는 등 노조에서 추천한 이사에 대한 임명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성태 행장도 내부출신으로 윤종원 전 행장 시절에 전무이사로서 일하면서 노동조합에서 노조 추천 이사의 임명을 강력하게 원했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 대목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의 전무이사 인선이 지체되고 있고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1년 넘게 지연됐던 IBK기업은행 자회사 대표에 관한 인선도 한창 진행되고 있어 사외이사 선임은 이러한 현안들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정부가 노동개혁을 앞세우며 노동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은 노조 추천 이사의 임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정부의 이 같은 부정적 기류에 영향을 받는다면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에서 내세운 인물을 사외이사로 은행에서 추천했더라도 임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융권의 노조 추천 이사 임명과 관련해 신중론을 꺼내들었다.
이 원장은 2월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큰 틀의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이사제를 지금 바로 도입하는 것을 두고 당장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는지에 대해선 조금 신중한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사 임명과 관련한 기일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자회사 사장 인선과 맞물린 면도 있는 데다 언제까지 이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