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선거에 레이 커리 현 위원장(왼쪽)과 숀 페인 후보가 출마했다. 이번 선거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주요 외신의 평가가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더 강성으로 태도를 바꾸게 되면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미국공장 운영 과정에서 노사분쟁과 관련한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 지도부 선거에서 이사회 가운데 과반수를 새로운 인물이 차지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 지도부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반 조합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직접투표를 시행한다. 기존에는 대표자들을 통한 간접투표가 이뤄졌다.
선거 제도가 바뀌면서 결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 노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효과적으로 반영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시간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UAWD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지시각 2일 기준 레이 커리 위원장의 득표율은 38.2%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2위 숀 페인 후보의 득표율인 37.6%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후보 세 명의 득표율 총합은 약 24.1%를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커리 위원장을 대신할 새 인물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AP통신은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이사회 14석 가운데 8석을 새 인물이 채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지도부 쇄신이 이뤄지는 셈이다.
전미자동차노조의 투표는 약 100만 명의 전현직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우편집계 방식을 활용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추가로 진행한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전미자동차노조에서 발생한 부패 스캔들 등을 이유로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낮아졌다며 대규모 인원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주요 외신의 예상대로 전미자동차노조에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노조의 성격은 더욱 강성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상당한 강성 노조로 꼽혔는데 앞으로는 권익을 지키기 위한 회사 측과 충돌이 더욱 잦아지고 단체행동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AP통신은 “기존 지도부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은 전미자동차노조가 더욱 공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왔다”며 “기업들에 임금과 복지 개선을 더 요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대표격 노조로 꼽힌다. 따라서 사측과 협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례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미자동차노조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자동차기업들이 노조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내놓았다.
AP통신은 “전미자동차노조의 선거 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은 비용 인상에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런 가격 인상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자동차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단가 압박으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전미자동차노조가 직접 배터리공장에 노조 결성을 추진하려는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전미자동차노조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에서 노조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미국 노동당국의 허가를 받아 투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른 시일 진행되는 투표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에 임금 인상 등을 강력하게 주장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이들은 오하이오 공장에 이어 순차적으로 가동되는 미국 내 여러 배터리공장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다른 공장이나 SK온과 포드의 합작공장,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배터리공장 등이 대상에 해당한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 역시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전미자동차노조의 노조 결성 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
한국 자동차 및 배터리기업이 미국시장에서 기회를 노려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강성 노조에 부딪혀 노사관계에 관련한 중장기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AP통신은 “미국 자동차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중심 전환을 앞둔 만큼 전미자동차노조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전기차산업에서 노조 세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의 지도부 교체는 이런 흐름에 더욱 불씨를 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노사 갈등에 따른 공장 운영 차질이나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갈수록 크게 안게 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