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소형모듈원전에 들어가는 주기기 제작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미국, 영국 등이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이외에 원자력으로 눈을 다시 돌리면서 두산중공업은 기존 대형원전보다 안전성을 더욱 개선한 소형모듈원전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영국도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전, 두산중공업 새 성장동력 삼는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31일 두산중공업은 전략적 협력관계인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 사업을 기회로 원전에 들어가는 주기기를 꾸준히 수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4400만 달러(522억 원)를 지분투자해 미국 소형모듈원전 사업 주체인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소형모듈원전에 들어가는 주기기를 생산해 제공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뉴스케일로부터 최소 13억 달러(1조5341억 원) 규모의 주기기 수주를 보장받았는데 앞으로 뉴스케일의 사업 확대에 따라 주기기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모듈원전은 1~300MW(메가와트)급 수준의 소형원전이다. 

대형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크기를 축소했다. 대형원전의 15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소형모듈원전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간헐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는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간헐성이란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보완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소형모듈원전은 신속한 출력 조절이 가능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전은 또한 기존 대형원전의 안전성 문제도 개선하면서 성장 전망이 밝아졌다. 

뉴스케일에 따르면 각 모듈은 거대한 수조의 저장수에 잠긴 상태로 운전되는데 이는 쓰나미나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따른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수조의 물이 모듈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힐 수 있어 기존 원전보다 사고발생확률이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업계에서 원자력은 탄소 저감을 달성하기 위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9년 5월 펴낸 보고서에서 “원자력과 수력은 저탄소발전의 중추를 형성한다”며 “파리기후협약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릴 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원전 비중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었던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2월 결의안을 발표해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원전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영국은 특히 정부 차원에서 원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공약에 “원자력이 청정에너지에 포함된다”며 “미국이 저렴한 청정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톰 그레이트렉스 영국 원자력산업협회(NIA) 회장은 최근 발표한 ‘원전 로드맵’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며 “원전 없이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과 뉴스케일은 미국의 여러 주정부가 소형모듈원전 건설에 긍정적인 점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테네시주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VA)는 클린치강 부지에 소형모듈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미국 원자력규제기관(NRC)로부터 2019년 12월에 사전 부지 허가를 승인 받았다. 

워싱턴주, 와이오밍주, 뉴멕시코주, 아리조나주 등 여러 주 정부에서도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 건설에 관심을 보이며 원전 건설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국가별로 원전과 관련한 정책이 상이한 가운데 영국이 소형모듈원전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스케일에 따르면 영국 원자력연구소(NLL)는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을 신뢰도 높은 원전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영국에 건설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30일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모듈원전 모델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 심사를 최종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뉴스케일은 미국은 물론 캐나다, 체코, 요르단 등 세계에서 소형모듈원전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케일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 심사를 모두 통과한 유일한 회사가 되면서 소형모듈원전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형모듈원전 주기기 제작사업이 두산중공업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