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PLP(패널레벨패키징) 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내세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강자 TSMC를 추격한다. 

패키징은 반도체칩을 반도체가 탑재될 기기에 적합하게 포장하는 공정이다.
 
[오늘Who] 정은승, 삼성전자 새 반도체 패키징기술로 TSMC 맹추격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다만 이전에 PLP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기가 일감 부족으로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던 만큼 물량을 확보하는 일은 여전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PLP 기술을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TSMC가 사용하는 웨이퍼레벨패키지(WLP) 방식은 반도체 칩들을 원형 웨이퍼에 얹어 패키징하는 기술을 말한다. 반도체를 패키징한 뒤에는 사각형으로 절단하게 되므로 원형 웨이퍼의 15%가량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반면 PLP는 원형 웨이퍼 대신 사각형 패널을 이용해 반도체를 패키징한다. 패널 대부분을 패키징에 사용할 수 있어 WLP 방식과 비교해 생산성이 2.5배가량 높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PLP 방식은 전자기기의 두께와 무게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LP를 활용하면 칩 여러 개를 한 기판에 집약하는 시스템인패키지(SIP) 방식을 적용하는 데도 유리하다”며 “전자기기를 더 얇고 가볍게 해 배터리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방열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20년부터 PLP 설비를 갖추는 데 투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승철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7’에 WLP를 성공적으로 적용하면서 파운드리 점유율을 높였다”며 “삼성전자도 원가를 절감하는 데 유리한 PLP 양산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3분기 기준 국제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 50.5%, 삼성전자 18.5%로 추산된다.

정은승 사장은 PLP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본다.

정 사장은 7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에 참석해 “삼성전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파운드리의 궤적을 남기려고 한다”며 “PLP, FD-SOI(웨이퍼 위에 절연막을 씌워 누설 전류를 줄이는 기술) 등 모든 것을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이 PLP사업을 통해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PLP사업은 2020년 영업손실 2155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손실 예상치는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파운드리 고객사(팹리스)를 두고 TSMC 등 다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PLP 적용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에 PLP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기 기판솔루션사업부도 삼성전자 ‘갤럭시워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외에 물량을 받지 못해 지속해서 적자를 내다 지난 6월 삼성전자로 사업을 이관했다.

결국 앞으로 PLP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정 사장의 당면 과제인 셈이다.

정 사장은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인 팹리스를 유치하기 위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팹리스를 대상으로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자동화 설계 도구(EDA), 조립 테스트(OSA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제품 출하일을 100% 보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PLP가 부진할 때를 대비해 TSMC의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기술도 함께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LP에 투자한다고 해서 WLP를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며 “한쪽 기술을 포기하면 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