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가와 정치권 등에서 상장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미 대규모 자금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당장 상장폐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 한 달 만에 상장폐지론도, 증시 변동성 주범 지목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7월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오후 1시31분경 코스피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 일시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5% 이상 내려 1분간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는 전날에도 매도 사이드카와 주식 매매를 20분 동안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역대 12번째이자, 올해 들어서만 6번째 서킷브레이커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가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발동된다.

코스피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이 증시 변동성 확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25% 내린 27만7500원, SK하이닉스는 5.68% 내린 207만6천 원으로 마감했다. 이들 주식은 7일에도 각각 6.92%와 6.06%씩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 서프라이즈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발 수급 변동성이 맞물리며 매도 물량이 나왔고 이에 주가가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5월27일 상장돼, 이날로 상장한 지 한 달하고 열흘 정도가 지났다.

상장 이후 코스피 시장에선 6월8일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6월23일 서킷브레이커, 7월2일 사이드카, 7월7일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7월8일 사이드카 등 시장 안전장치가 다수 발동됐다.

6월29일에는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장중 97.99까지 치솟아 2009년 공식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최근 1개월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85포인트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간 변동성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5%대 주가 등락률이 일상화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레버리지 ETF는 애초 파생상품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사고 내리면 추가로 파는 이른바 '숏 감마' 구조를 갖추고 있어 덩치가 커지면 파생상품(꼬리)에 불과한 ETF가 거꾸로 본주(몸통)의 가격을 흔들 수 있다.

외국인·기관이 이 구조를 역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접주문접속(DMA)과 초단타 알고리즘 거래로, 레버리지 ETF가 정해진 시점에 반드시 리밸런싱해야 한다는 예측 가능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5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일일 리밸런싱과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몰린 212조 원의 자금이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으로,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장폐지를 포함한 강력한 교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도 레버리지 ETF를 향한 비판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것을 당국이 왜 출시하도록 해줬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주식시장을 도박판처럼 만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상장폐지 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 한 달 만에 상장폐지론도, 증시 변동성 주범 지목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열린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며 특정 종목으로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가계 금융자산이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편중되거나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레버리지 ETF를)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들이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TF는 순자산가치·기초지수 간 상관계수 미달, 유동성공급자(LP) 부재, 순자산총액 미달 지속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상장폐지된다. 현재 레버리지 ETF는 거래대금과 순자산이 워낙 커, 해당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는 1조1782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국내 ETF 가운데 자금 순유입 1위다.

TIGER SK하이닉스 레버리지(3위),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4위),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5위)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투자 규모가 너무 커졌고,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 구간에 놓여 있다"며 "실제로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시장 혼란과 신뢰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