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공식화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분야에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그동안 수도권과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던 산업 중심지를 호남과 충청, 영남 등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목표도 반영됐다. 한국 경제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던 지역별 균형발전 전략에 마침내 닻이 오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이 추진되는 배경과 의미를 살피고 주요 기업의 투자 및 사업 전략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다. 또한 산업 거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점과 보완해야 할 과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변화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 이재용 메가프로젝트로 비수도권 '성장 엔진' 가동, 지속성장 자산 골고루 쌓는다
 SK 최태원 2100조 AI 투자로 수도권 일극체제 흔든다, 성패는 전력 확보
정주영 ‘해봤어? 정신’ 정의선이 잇는다, 영남권 ‘미래차·우주’, 새만금 ‘로봇·AI’ 첨단산업 개척
5대 금융지주 너도나도 균형발전 선봉장, 생산적금융 기치 아래 전국 메가프로젝트 뒷받침
인구 감소 지역 메우는 '로켓배송', 쿠팡 물류망으로 지방 소멸 막는다
⑥ LG 구광모 영남권 AI 인프라 산업에 9.4조 투자, 지역균형·성장엔진 둘 다 잡는다
⑦ 두산에너빌리티 호남권 전력 수요 급증 기대, 박지원 원전부터 풍력까지 순풍 탄다
⑧ '스타필드'가 지방 지도 바꾼다, 신세계그룹 영호남 오프라인 투자 힘 받아
⑨ SK에코플랜트 대규모 클러스터 시공으로 체급 높아진다, 김영식에 호남은 실력 보여줄 무대 
⑩ 용인에 이어 호남까지 균형발전 핵심은 '반도체', 전공정 장비주 수혜 기대감 '우뚝'

[닻 올린 균형발전➅] LG그룹 영남권 AI 인프라 산업에 9.4조 투자, 구광모 지역균형·성장엔진 둘 다 잡는다

▲ LG그룹은 영남권에 2030년까지 9조4천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첨단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왼쪽)은 이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 LG >

[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이 영남권에 수조원 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지역 균형 발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이번 투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흐름과 발맞춰 수도권에 집중됐던 산업 요충지를 영남으로 분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나아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8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LG그룹이 2030년까지 영남권에 9조4천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첨단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지역균형과 성장엔진을 모두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와 프리미엄 가전 연구개발,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증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신모델 등에 투자를 진행한다.

LG그룹의 지방 투자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5년 9월 LG전자는 국립창원대와 협약을 맺고 경남 창원에 차세대 냉난방공조(HVAC) 연구개발(R&D) 거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 역시 지난 1월 1천억 원을 투자해 올 12월 완공 예정인 광주사업장 신사업 공장 증축을 공식화했다. 

LG그룹의 이번 투자 결정은 신사업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6년 3월 주주총회에서 "LG는 올해 투자 우선순위와 미래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사업별 기술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선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닻 올린 균형발전➅] LG그룹 영남권 AI 인프라 산업에 9.4조 투자, 구광모 지역균형·성장엔진 둘 다 잡는다

▲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계열사별 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적 연속성과 시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확장하는 경남 창원은 가전 사업의 메카인 '창원 LG스마트파크'가 자리한 곳이다. 창원 LG 스마트파크는 수십 년 동안 다져온 가전 제조 역량과 부품 공급망을 활용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실제 생산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

LG전자는 이 같은 제조 생태계를 발판 삼아 빅테크 중심의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한 고효율 냉각 수요를 집중 공략한다.

고부가가치 데이터센터용 HVAC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오는 2027년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생활가전(HS) 부문의 기술 투자를 확대해 중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은 구미와 광주를 양대 축으로 삼아 미래 부품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이미 1~4공장이 활발히 가동 중인 경북 구미에서는 기존 인프라와 숙련된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카메라 모듈 신모델 양산과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한다.

이러한 기판 생산 능력 확대는 향후 LG이노텍의 실적을 견인할 주요 열쇠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부문에서 미국 빅테크 4사와 AI 업체들로부터 대규모 선수금 지급, 설비투자 지원, 3~5년 장기 공급계약 등 우호적 사업 조건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며 "특히 고객사 요청에 따라 서버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신규 증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과 설비 투자를 발판 삼아,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기판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투자 결정을 밝힌 광주사업장은 1985년 설립 이후 차량용 통신·조명·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해온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광주는 미래 모빌리티 생산거점으로, 구미는 AI·반도체 기판 요충지로 이원화해 육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도 구미 공장에 투자를 단행한다. 범용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의 수주형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두고 "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AI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을 영남권에 구축하고, 첨단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국가 제조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