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방은행 6곳이 공동으로 행정안전부에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평가기준 개선을 건의하면서 공정경쟁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NH농협은행과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협은행은 지역단위농협 실적까지 포함해 경쟁하고 있는데 지방은행 입장에서 이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6곳 이례적인 연대 주목, 지자체 금고 지정 공정성 놓고 농협 '정조준'

▲ 지방은행 6곳이 행정안전부에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평가기준 개선을 공동 건의하며 금고 선정 기준과 관련한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거점 지역이 서로 다른 지방은행 6곳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고 선정 문제가 특정 지역을 넘어 지방은행 전반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은행권에서는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이 지역금융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지, 공정경쟁 원칙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광주은행·전북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제주은행·iM뱅크는 3일 행정안전부에 △지역단위농협 실적의 농협은행 실적 포함 금지 명문화 △국내외 신용등급 평가방식 개선 △평가기준 객관성·일관성 확보를 공동 건의했다고 7일 밝혔다.

김종훈 광주은행 부행장은 공동건의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합리적 금고선정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6개 지방은행이 한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이번 요구는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고 지정 과정에서 지역단위농협 실적 반영 여부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7월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금고 선정 결과 농협은행이 1금고, 광주은행이 2금고를 맡았다.

광주은행은 지역농협 점포 수가 농협은행 평가에 반영된 것이 부당하다며 본안 소송을 예고했다. 

이번 금고 선정은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는 한시 운영이다. 따라서 이번 광주은행의 강경 대응은 2027년 공개경쟁으로 다시 열리는 본 금고를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방은행들이 추진한 이번 공동건의의 핵심은 지방 금고 평가에서 농협 실적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단위농협과 농협은행이 별도 법인임에도 실적이 합산되면 농협은행이 평가에서 유리해져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역단위농협 실적 반영 방식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지역단위농협과 농협은행을 합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단위농협은 지역 곳곳에 금융망을 갖추고 주민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이를 지방 금고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은행이 점포를 내지 못하는 읍·면 단위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방 금고를 지방은행에만 맡기지 않고 경쟁을 확대하면 자자체 출연금 증가 등에 따라 지방 금융소비자의 전반적 편익이 증가할 수도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현황’에 따르면 2026년 1월1일 기준 지자체 금고 243개 가운데 광주, 전북, 경남, 부산, 제주, iM뱅크가 1금고를 맡은 곳은 35곳(14.4%)에 불과하다. 지자체 금고는 1금고가 일반회계를 담당해 자금 가운데 대부분을 운용한다.

같은 자료 기준 농협은행이 1금고를 맡은 곳은 243개 가운데 166개다.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 등 시중은행이 1금고를 맡은 지역은 42곳으로 모두 수도권과 대전에 몰려 있다. 지방은행 거점 지역에서 지방은행과 1금고를 놓고 겨루는 전국단위 은행은 사실상 농협은행뿐인 셈이다.

지방은행에게 지방 금고는 단순히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방은행은 규제상 거점지역 밖에 점포를 내고 영업하기 어려워 지역 안에서만 실적을 확대해야 한다.
 
지방은행 6곳 이례적인 연대 주목, 지자체 금고 지정 공정성 놓고 농협 '정조준'

▲ 지방 인구감소와 실물경제 축소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하지만 지방인구 감소와 지방 실물경제 위축, 수도권과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지자체 금고는 지방은행이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단한 영업 기반으로 꼽힌다. 금고로 선정되면 지자체의 세입·세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공무원·지방공기업·산하기관 거래로도 이어져 지역 영업 기반을 넓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지방금융 관계자는 “거점지역 금고를 잃는 것은 단순한 상징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은행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은행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지속적으로 금융을 공급하는 역할을 좀 더 금고 선정 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은행의 지역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투자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한 기여가 ‘자치단체 금고지정 평가항목’ 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