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보택시에 기업가치 의존 심화, 일론 머스크 '양치기 소년' 오명 벗나

▲ 테슬라 전기차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에서 로보택시를 비롯한 신사업 기대감의 비중이 더욱 커지며 일론 머스크가 사업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시제품.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는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에 걸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주요 사업 부진으로 테슬라 기업가치에 이러한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상용화 목표 달성 여부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23일 “테슬라에 있어 올해는 새로운 수익 기반을 내세우지 못한 채 그냥 넘겨버리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수요 부진 등 영향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는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로봇도 올해는 실적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로보택시는 올해 미국 텍사스주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고 인공지능 로봇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질 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주들은 로보택시 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세부 내용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가 미래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약 37%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나 빅테크 기업보다 훨씬 고평가된 수준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로보택시가 전기차와 같은 기존 사업을 크게 뛰어넘는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매우 크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보택시의 성장 전망을 바라보는 테슬라 주주들의 낙관적 시각은 일론 머스크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가 오래 전부터 로보택시를 전기차 및 자율주행 사업의 궁극적 목표로 내세우며 강력한 실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확신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22일 진행된 테슬라 콘퍼런스콜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이런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6월부터 텍사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 계획을 재확인하며 당장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수백만 대에 이르는 테슬라 로보택시가 운영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다.
 
테슬라 로보택시에 기업가치 의존 심화, 일론 머스크 '양치기 소년' 오명 벗나

▲ 테슬라 로보택시 발표 행사에서 춤을 추는 동작을 시연한 옵티머스 로봇.

구글 웨이모를 비롯한 경쟁사가 선점한 로보택시 시장에서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목표도 언급됐다.

다만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은 일론 머스크가 이처럼 과장된 목표를 제시했던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며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상용화나 서비스 출시 확대 목표를 계획대로 이뤄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새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다소 과장된 예측을 제시하고 이를 결국 달성하지 못하거나 시점을 미뤘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 목표나 ‘사이버트럭’ 출시 일정,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비롯한 여러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아직까지 미뤄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로보택시 역시 일론 머스크가 당초 2020년까지 100만 대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던 사업인데 2026년까지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테슬라의 본업인 전기차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에 로보택시와 같은 미래 신사업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는 주가에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도 무리한 신사업 계획을 내놓고 달성 시기를 미루는 ‘양치기 소년’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벗어야만 테슬라 주가 방어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렉트렉은 “일론 머스크는 사실상 매년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진짜로 로보택시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매우 절실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역시 2029년 연간 생산량 100만 대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테슬라의 미래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차와 로봇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지금의 전기차 판매 실적 부진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더 집중하기를 재차 요구한 셈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테슬라 로보택시와 인공지능 로봇에 대적할 기업은 없다”며 “결국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