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내놓은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와 소비자들에 더 큰 타격을 남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수 년 전부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책을 준비해 온 반면 트럼프 정부 정책의 역효과는 자국 소비자와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블룸버그는 7일 “중국은 이미 미국과 무역 전쟁에 방화벽을 세웠다”며 “트럼프 정부 관세에 보복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들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에는 가장 높은 54%의 수입관세 적용 계획을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를 비롯한 국가들은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높이는 등 무역보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정작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미국 정부 정책이 중국 경제와 소비자들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의 중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미국의 이런 공세는 오히려 자국 소비자와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히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대부분 석유와 천연가스, 반도체 장비와 플라스틱 등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제품이다.
이는 소비자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기 때문에 내수 경제에 곧바로 타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자제품과 의류 등 다수의 소비자용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상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수입품 이외에 대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며 “결국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이 더 유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에 수출이 어려워지면 다른 국가와 교역을 확대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영향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미국보다 더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또한 미국 시장에 의존을 낮추는 데 꾸준히 성과를 내 왔다”고 덧붙였다.

▲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자제품을 다수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중국 생산공장.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무역 전쟁이 결국 자충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이미 대외적 압박을 이겨낼 만큼 충분한 경제 역량을 갖춰냈다”며 “중국은 물가 상승 부담도 미국보다 덜해 소비 위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악시오스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외교 전략과 무역 정책이 이미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비판을 전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중국과 경쟁에서 미국에 큰 장점으로 꼽혔는데 이번 관세 정책은 이를 무시한 행보에 가깝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과 일본에도 일제히 20%대 수준의 일괄 수입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미국이 중국보다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라는 평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패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무역 전쟁은 이제 중국이 아닌 전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며 “결국 역풍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씽크탱크 브루킹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다수 국가가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가까워지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낮추는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악시오스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발표를 앞두고 경제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점도 이런 변화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국가를 방문할 계획을 세워둔 점도 이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씽크탱크 후버인스티튜션은 “시진핑 주석이 ‘자책골’을 넣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국제적 지위와 평판을 유지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