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언론 "현대차 애플 TSMC 미국 투자, 트럼프 '관세 압박' 온전한 성과로 보기 힘들어"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3월24일 백악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발표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 TSMC 등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영국언론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투자는 이미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만큼 관세 정책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6일 “협박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에 불러올 수 있는 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4월2일 상호관세 정책 발표를 예고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심화 및 소비심리 위축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수위와 이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러한 경제 불확실성이 향후 1년에 걸쳐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75% 가량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더 나아가 미국 경제에 타격이 도이체방크 예상치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내놓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예고가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애플과 TSMC가 미국에 각각 5천억 달러(약 733조 원), 1천억 달러(약 147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현대차도 뒤를 따른 사실을 예시로 들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해 자동차와 철강 제조설비 등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적극 반기며 현대차가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라며 “대부분의 투자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추진되고 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발표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온전한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여전히 먹구름에 뒤덮여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와 애플, TSMC마저 미국에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정책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법안에 근거를 두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실제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면 복잡한 법적 검토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최악을 대비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미국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