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소드림 2030' 반환점, 운송·저장은 '정상궤도' 생산·유통은 '미진'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2021년 수소 사업 청사진인 '수소 드림 2030' 계획을 마련하고, 각 계열사 별로 수소 사업 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이 수소사업 청사진 ‘수소 드림 2030’을 발표한 지 4년이 흘렀다. 미래 수소사업 비전 완성의 반환점을 돈 셈이다.

중간 점검 결과, 수소 생산·저장·운송·유통 등 전체 밸류체인에서 각각 역할을 맡은 계열사들의 사업 추진 속도에선 차이가 뚜렷했다.  

‘액화수소운반선’, ‘그린수소 해양플랜트’, ‘수소 연료전지’, '수소 고압저장탱크' 등 수소의 저장·운송 분야 역할을 맡은 조선·해양 부문, ‘수소 엔진’ 등 건설기계 부문은 수소 사업 비전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등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고 있다.

반면 ‘블루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등의 생산과 유통 역할을 맡은 그룹 에너지 사업부문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HD현대그룹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건설기계 등 계열사들은 '수소 드림 2030' 비전에 따라 각자 맡은 수소 사업 관련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 사업은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2021년 3월 태스크포스(TF)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직접 챙기고 있는 미래 사업이다. 

그룹은 2021년 3월25일 미래성장 계획 ‘수소 드림(Dream) 2030’을 발표했다. 핵심은 각 계열사의 인프라·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육상과 바다에서 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등 전 밸류체인 영역에서 신사업을 왼성한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친환경·무탄소 시대의 연료인 수소가 조선·에너지·전력기기·건설 기계 등 HD현대그룹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핵심 열쇠로 보고, 계열사별로 수소 관련 사업 역할을 맡겼다.
 
정기선 HD현대 '수소드림 2030' 반환점, 운송·저장은 '정상궤도' 생산·유통은 '미진'

▲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 주요 선급사 4곳으로부터 액화수소 탱크의 진공단열 기술의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사진은 HD한국조선해양의 액화수소 운반선 모델 이미지. < HD한국조선해양 >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운송(액화수소 운반선), 생산(그린수소 해양플랜트), 활용(수소 연료전지발전) 등의 영역에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은 2030년 완료가 목표다. 이를 위해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 한국 해운사 현대글로비스, 일본 해운사 MOL 등과 2024년 2월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개발 상황을 보면 2024년 12월 노르웨이선급으로부터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제작을 위한 용접절차’를, 2025년 1월 주요 선급사 4곳으로부터 ‘액화수소 탱크의 진공단열 기술에 기본승인’을 받는 등 액화수소 화물창 관련 기술 등을 최근 개발했다.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박,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 등을 개발하기 위한 수소 연료전지 사업도 2024년 하반기부터 속도가 붙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400억 원을 출자해 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HD하이드로젠을 2024년 8월 설립했다. HD하이드로젠은 설립 직후 1065억 원을 핀란드 연료전지·수전해전지 기술기업 컨비온을 인수했다.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이 2025년 동해 부유식 풍력단지에서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100메가와트(MW)급 그린수소 해상플랜트 실증을 진행한다.
 
정기선 HD현대 '수소드림 2030' 반환점, 운송·저장은 '정상궤도' 생산·유통은 '미진'

▲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4년 11월 미국 아모지, SK이노베이션 등과 손잡고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22리터급 수소엔진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진은 3사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수소엔진 발전시스템 모형. < HD현대인프라코어 >


건설기계 부문 HD현대인프라코어도 수소를 연료로 삼는 건설장비와 발전용 엔진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6년 초부터 트럭용 수소엔진을 양산해 타타대우모빌리티에 공급하고 있다. 이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2027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또 미국 아모지, SK이노베이션 등과 손잡고 암모니아를 분해해 생산한 청정수소를 사용하는 22리터급 수소엔진발전 시스템을 2027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11리터급 발전용 수소엔진은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

수소를 직접 태워 동력을 생산하는 수소 엔진은 다른 차세대 동력원인 전기 배터리, 수소 연료전지와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이 높고, 출력도 높다는게 HD현대인프라코어 측 설명이다.

하지만 HD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는 블루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사업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구축한 수소 충전소 수는 15곳으로 파악됐다. 2030년 목표인 180여 개의 10% 미만이다. 회사 측은 수소차 수요 확대 속도에 맞춰 충전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수소드림 2030' 반환점, 운송·저장은 '정상궤도' 생산·유통은 '미진'

▲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수소 충전소 180곳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2025년 2월 현재 15개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HD현대오일뱅크 수소충전소 개념 이미지. < HD현대오일뱅크 >


블루수소(생산 중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한 수소) 생산은 아직 시장 개화 전이라 사업 투자 시기를 관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2021년 6월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일대에 연간 2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지만, 현재 블루수소를 생산하진 않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생산된 블루수소는 HD현대E&F가 2025년 시운전, 2026년 3월 상업 가동하는 천연가스-블루수소 발전소에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블루수소 투입은 앞으로 수소 경제성을 살펴본 뒤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는 연구그룹 ‘하이드로젠 에너지’를 운영하면서 △수소연료전지·수전해전지용 분리막·전해질막 제조 기술 △암모니아 개질 촉매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