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주제로 하는 단독 부스를 구성해 전장 부품을 대거 전시한다. 그는 과도한 애플 실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장부품 사업에 집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전장 카메라모듈, 레이더, 라이다 등은 현재 LG이노텍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 규모는 아니지만, 자율주행차 보급이 본격화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대표는 미래 먹거리로 전장부품 사업을 낙점하고 조직개편, 기술투자 등에 집중하며 LG이노텍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이노텍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주제로 단독 부스를 구성해 관련 부품 41종을 공개한다.
회사는 올해 1월 열린 CES 2024 행사에서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퓨처패스웨이 등 세 가지로 나눠 다양한 부스를 구성했던 것과 달리, 내년 행사에는 전장용 센싱, 통신, 조명, 제어 기술력 등 전자부품 소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회사의 주력 상품인 IT용 카메라모듈이 아닌, 전장용 부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오랜 시간 지적돼온 애플에 대한 과도한 실적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아이폰 등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해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다.
회사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기업의 3분기 누적 매출은 11조4472만 원으로, 전체 누적 매출(14조2220만 원)의 80.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아이폰의 흥행 여부에 따라 회사 실적이 갈리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LG이노텍은 아이폰16 시리즈 판매량이 부진하자 시장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18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회사가 3분기 영업이익 261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LG이노텍은 30%가량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AI ‘애플인텔리전스’ 미탑재 등으로 아이폰15 시리즈와 비교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4분기 아이폰16 시리즈 출하량이 8800만~890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천만~9100만 대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 올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4' LG이노텍 전시부스 모습. < LG이노텍 >
최근 챗GPT와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를 결합한 버전이 출시되면서 아이폰16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LG이노텍 입장에서 언제까지나 단일 기업에 실적을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LG이노텍 대표이사로 선임된 문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사업 다각화에 주목했다. 그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주주총회에서 “모바일 성공 경험을 확장해 자동차와 반도체, 로봇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라고 CEO에 부임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카메라모듈 등 광학사업의 매출 비중은 올해 3분기 여전히 82.6%에 달한다. 전장 사업은 지난해 동기와 유사한 1조5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유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가량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전자용 부품이 많이 사용되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부진하면서 부품 수요가 기대보다 못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문 대표는 전장용 부품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자율주행이 떠오르고 있어, 자동차 내 전장 부품 비중은 현재 30% 후반 수준에서 7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다량의 전장 부품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차량 내부를 감지하는 ‘인캐빈 카메라모듈’, 적외선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센싱 부품 등 미래 전장부품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6월에는 라이다 전담 조직을 CEO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고성능 라이다 기술은 적외선으로 빛이 물체에 닿고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센싱 부품으로, 자율주행 차량에 필수로 여겨진다.
LG이노텍은 차량 조명 부품 ‘넥슬라이드-M’을 현대와 기아차를 포함해 글로벌 120종 차량에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무룡 LG이노텍 차량 LS개발팀장은 “글로벌 OEM들로부터 사용 검토요청을 계속 받고 있다”며 “양산 검토되는 모델만 해도 50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전장 사업 매출을 올해 1조5천억 원 규모에서 2029년 5조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문 대표는 지난 1월 열린 CES2024에서 “차량 카메라를 비롯, 센싱과 제어 기술을 융복합한 센싱 솔루션에서도 1등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