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탄핵소추안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수습 방안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국 수습의 방향타를 잡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최우선 사항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부터 다른 의견이 분출되며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국힘 윤석열 퇴진 시점 갈피 못 잡아, 대선 유불리 계산에 이견만 분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긴급 의원총회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정국 수습 방안과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국민의힘 정국안정화 TF 위원장은 3선인 이양수 의원이 맡았으며 정희용·박수민·서지영·안상훈·김소희 의원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양수 국정안정화TF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 퇴진 후 4월 대선, 3월 퇴진 후 5월 대선 등 두 가지 방안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국안정화 TF가 논의 결과를 내놓더라도 최종 결정은 당 지도부 협의를 거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의 퇴진시점을 명확히 밝히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국안정화 TF 구성을 발표하기 전 5시간 넘게 이어진 9일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두고 ‘한 달 이내’부터 1년6개월 뒤인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다선 중진 의원들도 각자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4선의 김태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벚꽃대선’을 언급하며 “탄핵 보다 더 빠른 조기 대선이 지금의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5선 의원이자 친윤(친윤석열)계인 윤상현 의원은 보수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퇴진에는 ‘최소 1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6선 조경태 의원은 9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한 달 안에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퇴진시점을 두고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차기 대선 유·불리에 관한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빠르게 탄핵되고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꼴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탄핵되면 탄핵심판이 나온 뒤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2017년3월10일에 헌재가 파면을 선고했고 5월9일에 대선이 치러졌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달리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더욱 불법성이 뚜렷해 헌재의 결정이 빨리 내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점에서는 탄핵정국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항할만한 대선주자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대선 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판결 2심(3개월)과 3심(3개월)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6개월을 윤 대통령의 대통령 퇴진시점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윤 대통령 퇴진시점에 관한 물음에 “(이재명 대표의) 2심과 3심이 각각 3개월이면 내년 5월이 된다”며 “우리도 이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퇴진시점을 6개월 혹은 그 이후까지 미뤘을 때 여론의 비판을 견딜 수 있을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투표불성립’을 만든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례로 당내 소장파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투표불참 당론에 따랐다가 지역 사무실 앞에서 규탄 시위가 펼쳐지는 등 여론의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인식한 듯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반대’와 ‘탄핵소추안 투표불참’이라는 당론에 반기를 드는 모습도 나타났다.
 
국힘 윤석열 퇴진 시점 갈피 못 잡아, 대선 유불리 계산에 이견만 분출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죄와 즉시 하야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반대 표결을 했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배현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주로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함께 논의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데 탄핵 통과에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당 중진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2차 탄핵소추안 투표는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겨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퇴진시점을 당의 정치적 유·불리와 연계시키는 전략이 지속될수록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고개를 든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상시국에  정치공학적 고려를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우리(국민의힘)가 좀 버텨보자는 전략으로는 한 달도 못 버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